brunch

매거진 지금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쌩전 Dec 18. 2015

인생 밑바닥


몇 번 사주나 토정비결 같은 걸 본 적 있다. 데이트를 하다가 본다거나, 할 거 없을 때 어플을 본다거나 주변에 누가 심심풀이로 봐준다거나. 별로 신경은 쓰지 않지만 늘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어려운 시기, 최악의 시기가 바로 20대 청년기라는 것이다. 

미신이지만, 그래도 이걸 위로 삼아 가끔은 농담 삼아 20대를 견뎌냈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게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내 삶을 견뎌내는 데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부딪치고 깨져도 두렵지 않았다. 이것보다 더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앞으로는 잘 될거야, 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이 미신이라는 점이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활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렇게 써먹었던 것이다. 

이제 20대를 벗어나 맞이한 첫 해가 거의 끝나간다. 문득 내 20대를 되돌아보니, 사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썩 괜찮게 보낸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나니, 오히려 남은 여생을 좀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겨우 이 정도가 최악이었어? 그럼 앞으로는 얼마나 좋길래. (웃음) 

앞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남았다. 누군가의 자랑거리가 되고, 누군가의 믿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오르막길이.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