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밑바닥

by 리쌩전


몇 번 사주나 토정비결 같은 걸 본 적 있다. 데이트를 하다가 본다거나, 할 거 없을 때 어플을 본다거나 주변에 누가 심심풀이로 봐준다거나. 별로 신경은 쓰지 않지만 늘 공통적으로 나오는 얘기가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 어려운 시기, 최악의 시기가 바로 20대 청년기라는 것이다.

미신이지만, 그래도 이걸 위로 삼아 가끔은 농담 삼아 20대를 견뎌냈던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게 밑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힘들지 않았다. 내 삶을 견뎌내는 데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건 사실이다. 부딪치고 깨져도 두렵지 않았다. 이것보다 더 떨어지진 않을 거라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앞으로는 잘 될거야, 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 근간이 되는 것이 미신이라는 점이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활용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그렇게 써먹었던 것이다.

이제 20대를 벗어나 맞이한 첫 해가 거의 끝나간다. 문득 내 20대를 되돌아보니, 사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썩 괜찮게 보낸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나니, 오히려 남은 여생을 좀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겨우 이 정도가 최악이었어? 그럼 앞으로는 얼마나 좋길래. (웃음)

앞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남았다. 누군가의 자랑거리가 되고, 누군가의 믿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오르막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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