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친다." B가 말했다. "힘들다. 쉬는 날도 없고."
"밥은 먹었어?" W가 물었다.
"아니, 밥도 못먹었어." B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먹을 시간도 없고,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렇더라. 이따 배고프면 먹어야지. 바쁘면 입맛도 없어지는 것 같아. 너는 요새 어떻게 지내?"
"응, 나는 뭐 그냥 그럭저럭 지내." W가 살짝 웃어보이며 말했다.
"너 엄청 바쁘다던데." B가 말했다. "애들이 말하더라, 너 무지 바쁘다고 말이야. 근데 바쁜 내색도 안하면서 산다며, 회사에서도 그래?"
"응 그런 편이야." W가 머쓱해하며 웃었다. "그런 말 잘 못하겠어. 바쁘다 시간이 없다 안된다 이런 얘기 잘 못해. 너도 알잖아. 그냥 내가 어떻게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런 얘기 안나오더라. 진짜 그것도 안될 것 같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진짜 고민고민하고 스스로 방법도 찾아본 다음에 그 다음에 얘기해. 진짜 안될 것 같다고."
"허." B가 기가 차다는 듯이 웃었다. "그럼 뭐래?"
"보통 나는 그 때 상황에 대해서도 같이 말해주거든, 이런 상황인데 이렇게 하려면 이런 저런 문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저런 방법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는 할 수 있고 저렇게는 할 수 있다. 혹시 어떤 방향이면 괜찮으실지 결정해달라. 혹은 결정하기 위해서 더 정보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달라. 이렇게 말이야. 그러면 보통 같이 고민을 하거나 선택을 해줘, 그 때부터 우기기 시작하면 사실 뭐.. 어렵지. 너도 알다시피."
"그러면 안돼." B가 말했다. "네가 고생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들에게 알려줘야지. 그래야 그 사람들이 네 고생을 알고 다음부터 안그러지. 그들은 모르니까 그러는 거야. 네가 계속 그렇게 해주다가는 더 많은 걸 원하게 될걸?"
"그럼 넌 어떻게 하는데?"
"나는 안된다고 말하지." B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면 말했다. "일단 말씀하신대로는 어렵다고 말하면서 원래는 이런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되어야하고 이렇게 하면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게 맞는데, 지금 상황은 그것과 완전히 다르다.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는데 그것도 안됐고 이렇게 저렇게 먼저 말씀드리지 않았냐. 그런데도 결정되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감안을 해주셔야 한다. 계속해서 이렇게 일이 될 수는 없고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결정을 해주시길 바란다."
"그렇구나." W가 말했다. "그럼 겁먹고 도망갈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나도 우리 팀을 보호해야하고, 매번 불편하게 일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래도 뭐?"
"그래도 어차피 다 잘되자고 같이 하는 건데."
"같이 하긴 무슨." B가 웃으며 말했다. "야, 어차피 일 끝나면 끝인데?"
"그래도." W가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