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팠던 S씨

by 리쌩전


"오늘 늦잠을 잤어." S씨가 통에서 수저를 꺼내며 말했다. 나는 컵에 물을 따르며 S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는 듯이 눈을 바라보았다. S의 시선은 수저에 가있었다. 휴지를 뽑아 내 앞에 놓고 수저 한 벌을 그 위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자신의 것을 골랐다. "오늘 깜빡 늦잠을 잔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나왔지. 일단 택시를 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어. 그래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오늘따라 택시가 왜 이렇게 없는지, 그리고 아침부터 택시 잡는 사람은 왜이리도 많은지 말이야. 누가 단체로 늦는 주술이라도 걸어 놓은 걸까.

"맞아요." 나는 맞장구를 쳤다. "택시는 꼭 잡으려고 하면 없더라."

"그치." S는 자기 수저도 놓고 내가 따라준 컵에 있는 물로 입술을 축였다. "근데 자꾸 건너편에서는 빈 택시가 여러대 줄줄이 내려오는 거야. 그래서 결국 길을 건너서 택시를 잡았어. 돌려도 되고, 아니면 조금 돌아가도 택시를 못잡는 것보다는 빠르겠다고 생각한 거지."

"결국 늦진 않았잖아요?"

"응, 결론적으로는." S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딱 택시를 타고 회사를 말한다음에 앉아서 창 밖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픈거야. 그런 거 있잖아. 아 당장 내가 화장실 문을 보기만 해도 쏟아버리겠구나 싶은 그런 배 알아? 너무 아파서 식은땀이 줄줄 나고, 사람들이 나를 보면 왜 이렇게 누렇게 떴어? 라고 물어볼 것 같은 상태. 그렇게 폭풍같은 고통을 견뎌내고 있으면 온몸이 근육통으로 쑤시고 말이야. 근데 또 그렇게 참다보면 어느 새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통이 모래 사장에 써놓은 메시지처럼 사라져. 그럼 조금 안심하지. 하지만 우리는 알고있지. 메시지를 지워버린 파도보다 더 큰 해일이 그 다음에 찾아올거라는 걸 말이야."

나는 피식하고 웃어보였다. 혹시 무례했나 싶어서 S를 봤지만 S는 게의치 않는 듯 했다.

"근데 나는 갑자기 너무 무서워졌어." S는 생각에 잠긴듯이 고개를 떨궜다. "무섭다는 말이 맞을까, 응 맞아. 무서웠어."

"뭐가 무서웠는데요?" 내가 물었다.

"교통사고." S가 나를 보며 대답했다. "사고가 날까봐 너무 두려운거야. 택시 기사가 너무 험하게 운전을 하거나 졸고 있거나 그런건 아니었거든, 하지만 모든 기사의 행동들이 사고의 전조처럼 느껴지고 혹시나 경미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아니면 내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왔어. 왠지 알아?"

그 질문은 대답을 기다리는 질문이 아니었다.

"내가 변을 지릴까봐." S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소리없이 웃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행여나 아주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 때 똥을 싸버리고 말까봐 너무너무 무섭더라고.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랐어."

"근데 보통 그렇게 위태한 상황이 오면 오줌이나 똥같은건 아예 마렵지 않다던데요." 나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맞아, 그렇다더라." S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모르잖아. 나는 겪어본 적 없는걸."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네요?"

"응, 겁에 질린채 겨우 제시간에 무사히 도착했지."

"그리고?" 내가 물었다.

"화장실로 뛰어갔지,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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