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길을 걷다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N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와, 이게 얼마만이야." 내가 말했다. "졸업하고 처음 본 것 같은데?"
"그러게말이야. 벌써 10년이나 됐어. 어떻게 지내? 잘 지내?" N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우린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늘 그저 그런 농담을 주고 받거나, 아침에 환하게 인사하고 학교 끝날 때 환하게 인사하는 정도의 사이. 급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게 반가웠고 먼저 발견하고 인사해준 것이 고마웠다.
"그럼, 잘 지내지." 내가 대답했다. "이번에 회사를 옮겨서 좀 정신없이 지내긴 해. 넌 어때?"
"나도 뭐 그냥 잘 지내. 요샌 좀 고민이 많다."
"그래, 그럴 시기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주변에도 다들 고민이 많더라."
"그렇지." N이 말했다. 얼굴에 살짝 어두운 기운이 스쳐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다시 밝아지며 말을 이었다. "너 A 기억해? 그 공부 되게 열심히 했는데 점수는 안나오던 걔 있잖아."
"아! 기억난다 기억나. 진짜 하루 종일 문제집 푸는데 늘 성적은 중간 정도밖에 안되던!"
"맞아, 맞아." N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걔 요새 9급 준비한다더라."
"와, 걔는 아직도 공부하는 거야?" 내가 대답했다.
"그니까말이야. 공부가 체질인가봐."
"맞아. 근데 시험은 체질이 아닌 것 같던데." 내가 말했다. N은 내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그렇지, 그렇지. 여튼, 건강하지?" N이 물었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한 번 술이나 한 잔 하자." 내가 말했다.
"그래, 술 좋지." N이 말했다. "술 자주 먹어?"
"좋아하긴 하지만, 자주는 못마셔. 가끔 마시지. 넌?"
"난 원래 별로 안좋아했는데, 요새는 좀 술자리가 많아진 것 같아."
"그래? 회사에 회식이 많아?"
N은 잠깐 생각하는 듯이 고개를 기웃하더니, 약간 어두워진 표정에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그리고 발끝으로 땅을 툭툭차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그냥 고민이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