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모르겠어." P가 말했다. "걔가 전교회장 선거 나가는 거 말이야. 사실 잘 모르겠어."
"뭘 모른다는 거야." N이 물었다.
"아니, 왜 나가는지 말이야. 그리고 뭘 원해서 나가는 거지. 그리고 걔가 딱히 잘할 것 같지는 않아. 왜 굳이 나온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그게 무슨 상관이야?" N이 말했다. "그럼 걔 뽑지마."
"뽑고 안뽑고의 문제가 아니야." P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깊은 한숨이었다. "일단 걔가 당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잖아. 나는 그게 괜찮은지 모르겠어. 과연 우리 학교가, 그리고 우리 학교의 학생들이 걔가 전교 회장인 학교 생활을 해야만 할까. 나는 아닌 것 같거든. 너무 어려워. 그리고 저번에 걔 있잖아, 나랑 같이 몇 번 떡볶이 먹었던 애." N이 아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걔는 그 애가 전교회장이 되었으면 좋겠대. 그래서 난 걔 안보기로 했어. 말도 안되는 일이야."
"난 널 잘 모르겠어. " N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리고 왜 자꾸 '모른다'는 말을 쓰는 지도 모르겠어. 너는 걔가 싫은 거잖아. 그럼 싫다고 말하면 되잖아. 아니면 지지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혹은 걔가 학교 회장이 되면 우리가 불편해진다던가, 왜 그런 구체적인 말을 쓰지 않고 말해? 난 그 이유를 모르겠어. 모르겠다는 말은 이렇게 쓰는 거야. 의중을 감추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래, 맞아." P는 맞다고 말하고는 조금 생각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다시 이었다. "사실 그걸 잘 모르겠어. 내가 왜 그걸 싫어하는지 말이야. 분명히 마음 속에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려. 걔가 학생 회장이 되는 게 싫어. 전교회장에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도 싫고 출마하는 것도 싫어. 근데 그 이유를 모르겠어. 그 이유를 생각해봤어. 걔가 너무 나대는 스타일인가? 아니야, 너도 알지만 걔는 되게 겸손하고 조용하고 부지런하잖아. 그럼 너무 범생이라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잖아. 리더쉽도 있고, 재밌고 되게 밝고 사람도 좋아. 어떻게 보면 나쁜 게 하나도 없어 보인단 말야. 근데 왜 이렇게 싫을까. 나도 자문해봤는데, 답을 못찾았어. 그게 너무 어려워. 그래서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는 내 태도의 진실을 모르겠다는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데?"
"몰라." P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게 제일 문제야. 하고 싶은 게 없어."
"그럼 좀 더 고민해봐. 그리고 나한테 더 말해봐."
"뭘?" P가 고개를 들며 물었다.
"싫다는 마음 말이야. 더 싫다고 말해봐. 아니면 그래도 좋은 점도 있다고 말해보고. 네 생각을 자꾸 구체화 시켜서 말해봐.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게. 그렇게 자꾸 네 생각을 구체화시켜보자. 그러면 좀 더 명확한 흐름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혹시 말이 안되는 이유 때문이면 그 이유를 해결할 수도 있고, 혹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통해서 걔가 학생 회장이 되면 안된다는 너만의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그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이유 없이 싫어하는 건 너 자신도 괴롭히는 일이잖아. 그리고 널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니까. 나한테 계속 말해봐. 관심 없어도 잘 들어줄게." N은 살짝 웃었다.
"그래." P가 대답했다. "그거 괜찮겠다."
"그래서, 지금 더 얘기 해볼까?"
"싫어."
"왜?"
"배고파. 밥이나 먹자." P가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N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