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좋아하는 K씨

by 리쌩전



"김치 좀 더 먹어." S가 말했다.

"응, 많이 먹었어." K가 대답했다.

"이것도 먹어봐." S가 열무 김치가 담긴 그릇을 밀며 말했다. "이거 여기 아주머니가 직접 담그신 거래. 다른 가게에서 먹는 거랑 달라. 되게 아삭하고 맛있어."

"응, 고마워." K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밥 먹고 뭐하지?"

"영화 보자, 액션영화." S가 K를 보며 말했다. "너 저번에 액션 영화 그거 보면서 되게 좋아했잖아. 재밌다고 했잖아."

"뭐였지?" K가 잠깐 생각했다. "아, 그거! 맞다, 그거 재밌었지. 근데 나 액션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 너 저번엔 좋아했잖아."

"그건 그 영화니까 좋아한거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고, 감독도 관심있는 사람이었고. 액션 영화라서 좋아한 건 아니야."

"아닌데, 너 좋아했는데."

"그래, 좋아했어." K가 또박또박 말했다. "그 영화는 재밌었어. 근데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그래서 싫어?"

"아니." K가 대답했다. "싫다는 게 아니라. 내가 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처럼 말해서 다시 말해주는 것 뿐이야."

"그렇구나." S는 조금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이모,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 많이 주세요."

"김치를 왜이렇게 많이 시켜?" K가 물었다. "심지어 우리 김치찌개 먹고 있는데."

"네가 김치 잘 먹잖아."

"내가?" K가 대답했다. "내가?"

"어제 저녁 먹을 때 김치 먹으면서 엄청 맛있다고 하면서 몇 번 더 달라고 해서 먹었잖아." S가 말했다.

"어제는 그랬지."

"오늘은 아니야?" S가 물었다.

"아닐 수도 있는 거 아니야?" K가 되물었다. "내가 어제 유독 김치를 먹고 싶은 날이었을 수도 있고, 혹은 김치가 땡기는 날이었을 수도 있어. 그리고 그 집 김치가 엄청 맛있었을 수도 있고. 내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을 했니, 아니면 너에게 김치를 챙겨달라고 했니."

"그래서 싫어?"

"싫은 게 아니라.." K가 잠시 말을 쉬고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응, 싫어. 김치가 싫은게 아니라, 네가 나를 자꾸 핑계 삼는 것 같아서 싫어."

"널 위해서 한 건데." S가 주눅 든 듯이 말했다.

"날 위한 게 아니야." K가 말했다. "널 위한 거지."

"아닌데.."

"액션 영화도 그래." K가 말했다. "너 액션 영화 좋아하지?"

"아, 맞아." S가 대답했다.

"것봐." K가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변명이 필요했을 뿐이야."

"여기 김치요. 여기 학생이 김치 엄청 좋아하나봐." 식당 아주머니가 S를 보며 말했다.

"것봐." K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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