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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Jul 15. 2016

오락실 노래방

오락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오락실에 가면 나쁜 친구를 사귈 수 있으니 가까이 하지 마라고 하셔서, 그랬다기 보다는 게임을 잘 못하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랬다. 하지만 친구들 갈 때 따라간 적은 많다. 보통 대전 게임을 하는 여느 아이들과 달리 어드벤처나 롤플레잉 게임을 했는데 그 조차 별다른 성과나 재미를 얻지 못하고 (성과가 없으니까 재미가 없거나, 재미가 없으니까 성과가 없거나 상호 작용이었을거다) 나름 재미를 붙이게 된게, 오락실에 있던 작은 노래방이었다.


작은 공간에는 선풍기도 있었고 마이크도 두 개나 있었다. 작은 공간에 적합하게 사운드도 꽉차 있었고 남자 두 명이 들어가면 가득찼으며, 한 명이 더 들어가면 빽빽했다. 안은 담배냄새 (금연임에도), 땀냄새, 그리고 침냄새 같은 사람냄새로 가득차있었고 읽고 읽고 또 읽은 티가 나는 너덜너덜한 노래방 번호 책이 있었다. 거기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필요하다기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노래 부르는게 재밌어서 500원 정도야, 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했던 많은 것들이 결국 쌓인 스트레스를 많이 풀어준게 아닌가 싶다. 친구들과 다니며 떠들고 시끄럽게 소리지르고 노래브루고 했던 것들,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썼던 순간들이 그 시간을 걱정없고 속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걱정과 스트레스들도 혹시 그렇게 하면 풀릴까. 그게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이 큰 돈을 주고서라도 땀을 흘리고 몸을 쓰는 이유일까.


노래방.

그 당시, 친구와 오락실을 가다가 친구의 형을 만났다. 어디가니? 형이 물었다. 나는 오락실 노래방 가요. 라고 대답했다. 친구 형은 노래기계. 라고 말했다. 네? 라고 되물으니, 그건 오락실 노래방이 아니라 노래기계야. 이제 노래기계라고 불러. 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대학교에 진학해서 친구와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가만히 듣고 있더니, 오래방 아냐? 라고 말했다. 응? 내가 되묻자, 오락실 노래방, 그러니까 오래방이지. 라고 말했다. 


다들 뭐라고 불렀을까, 그 사람 냄새 가득했던 오래.. 오락실 노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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