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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Mar 12. 2017

아무것도 아무렇다

0.

생각 나는 것들이 많은 요즘이다. 보는 것마다 영감이 되기도 하고, 들리는 것마다 새로운 순간이다. 봄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그럴 때일까. 마냥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다 바람에 날려 사라질 것 같아서 붙잡아 보려 한다.


1. 

아무렇게나 쓰여지는 글은 없다. 모든 글은 의도가 담겨있다. 모든 문장에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모든 언어에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해야할까. 뭐가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어떤 의견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정리된 생각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활자상태로 뛰어노는 것 같아서 정리 겸 청소 겸 배설의 느낌으로 쏟아낼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한 자 한 자 적어본다. 음, 지금까지는 여전히 변명의 단계에서 머무르는 것 같지만.


2.

많은 일들이 자가당착의 함정에 빠진다. 특히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그렇다. 정의라고 생각되어지는 것들의 많은 부분은 감정이 담당한다. 옳지 않은 게 아니라, 싫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싫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뒷받침해주는 근거가 있다. 바로 함께 싫어하는 사람들. 기준없이 감정만 앞세워 쪽수로 밀어붙여서 세력화 시키고 커진 규모를 통해 정의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맞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맞다고 한다. 왜 맞냐고 물어보면 맞으니까 맞다고 한다. 틀린 거라고 부인하면 너는 우리 편이 아니라고 윽박지르는 것이다. 정의를 부정함으로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역사에서 탈락되어야 한다.


3.

폭력은 옳지않다. 폭력은 폭력이다. 정의를 위해서 했다고 하더라도 폭력은 폭력으로서 받아들여야한다. 논란의 여지는 배트맨에게 있다. 제대로 의식이 박힌 어른이라면 배트맨을 좇을 것이 아니라, 배트맨을 고민해야 맞다. 그는 상처받은 맹수다. 정의를 실현해야한다는 의지로 악당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의지가 선한 것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동일하게 그의 폭력도 악행으로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정의로운 폭력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정의는 개념이고 폭력은 물리적 현상이라고 본다면, 그건 별개로 봐야한다. 네 생각이 옳은 것은 맞아,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구현되어서는 안돼, 라는 식으로. 


4.

예를 들어서, 어떤 아이가 끼니를 굶고 있는 친구를 위해 동네 슈퍼에서 빵을 훔치다가 들켰다. 그의 의도는 선했지만 그가 한 짓이 절도는 맞다. 그렇다면 너는 친구를 사랑하는 착한 아이구나, 하고 용서해야할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의 의도에 대해선 칭찬할 수 있을 지언정, 그가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질 수 있게 만들어줘야한다. 그 방법을 찾는게 어렵겠지만 말이다. 


5.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 책에서 본 건데, 사람들은 단순한 방향, 가장 쉬운 선택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무슨 효과? 뭔가 이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바로 해내는 것이 쉽고 편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직관적인 판단을 해내는 경우가 많다. 보통 많은 것들은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들까지도 그렇게 하기 때문이겠지.


6.

방송에서 한 외과의사가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반지의 전쟁> 이야기를 했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프로도가 절대반지를 가지고 가는 것이 마치 우리 인생 같다고. 정말 그랬다. 나는 인생이라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을 파괴하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료들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의 여행이 끝까지 갈 수 있기 위한 정쟁을 또 해내고 있다. 뭔가 의미심장했다. 


7.

처음 생각했던 것이랑 지금까지 쓴 내용이 너무 다르다.


8.

수습이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수습할 생각도 없었다.


9.

하나 하나 적어가다 보면 내 생각이 어떤 가닥을 잡고서 늘어지고 있는 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여튼 글을 쓴다는 것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이 있고, 의도가 있다. 반성문도 그렇다. 예전에 학교다니면서 반성문을 쓸 때는 그저 '쓰는 것'이 의미였다. 얼른 써서 내고 가야되니까. 사실 선생님도 그랬던 것 같다. 얼른 받아야지, 같은 것. 내용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반성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고, 거기서 자신의 태도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진심으로 담겨있어야 한다. 가장 절실한 피드백이 필요한 장르가 반성문이 아닐까 싶다.


0.

사실 오늘 나는 출근했고, 

지금은 사무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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