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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May 23. 2017

커뮤니티 디자인의 정치 사용법

야마자키 료 X 요코오 토시나리 대담

#일본 #그린즈 #정치사용법



씽크탱크 정치인을 늘리자! 야마자키 료 씨×요코오 토시나리 씨의 커뮤니티 디자인과 정치 이야기 [정치 사용법]


(원본링크 : http://greenz.jp/2014/02/07/yokoo-yamazaki/ )

게시일 : 2014.02.07.



"정치는 바뀌지 않는 것일까" 라고 생각한 적 없나요? 나카타초의 육탄전이나 정파 분열 소동등을 보고 있으면, 의지를 가지고 한 표를 던져봤자 결국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게 아니냐는 기분이 들고 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우리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요?


greenz.jp에서는 그동안 연재를 통해 <정치 사용법>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studio-L의 대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 씨를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요코오 토시나리씨의 최근 작 <사회 변화를 시작하는 방법>(산학사)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은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쁘띠 정치>' 라고 말한 야마자키 씨에게, 국내 외 50개 이상 팀의 거리 쓰레기 줍기 활동을 통해 마을 만들기를 서포트하는 NPO법인 그린 버드의 대표이자, 도쿄 미나토구 구의원인 요코오 토시나리씨가 '정치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물었습니다.




우리는 원래 다수결 문화였다?



요코오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야마자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요코오 바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지난 해 말에 화제였던 <특정 비밀 보호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문제는 프로세스입니다. 여러 가지가 국민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정해진 것으로 보여요. 그건 꼭 이번 일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죠. 국가뿐만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의 여러 계획들도 정신차려보니 어느 순간 모르는 새 결정되어있는 것들이 많고요.


야마자키 그렇죠. 확실히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특정비밀보호법 같은 이슈를 각 동네 단위의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자신들이 뽑은 대표와 상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맡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좀 더 깊게 고민해줬으면 했다' 는 생각은 들어요. '왜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면 안됐을까?' 하는 의문도 있고요. 물론 국제 정세나 외교 같은 다양한 배경이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요.


요코오 확실히 고민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부족했죠.


야마자키 한 가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미야모토 츠네이치라는 민속학자의 책을 보면 마을 사람들에게 고문서를 보여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이 있는데요.


어느 날, 미야모토씨가 마을의 촌장에게 부탁을 합니다. 마을의 고문서를 좀 볼 수 있겠냐고. 하지만 돈 거래에 대한 내용도 들어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마을의 모든 사람이 모여서 논의를 해보고 답변을 줄테니 다시 와달라고 해서, 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3일이 지나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요.


도중에 집으로 돌아가버리거나 없어지거나 하는 사람이 있어도 논의를 계속하고, 사람이 너무 줄어들어서 한 번 해체하고 다음 날 다시 모여서 논의를 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렇게 계속 하다가 주민들이 '이제 슬슬 괜찮지 않아?' 하는 기분이 되어서, 결국 고문서를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이 이야기를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필요한 '시기'에 대한 논의를 해왔어요. 하지만 기회가 적당한 시기를 만나 무르익지 못했더라도 다수결을 통해 정한다는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 위화감을 가지면서도 찬성 다수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게 되었어요. 즉, 정책 결정에 대한 답답함과 불편함에 대한 원인은, 아직 기회가 시기적으로 무르익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요코오 그렇군요. 확실히 논의를 해나가다보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어느새 문제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죠.


야마자키 민주주의를 도입한지 이제 100년 정도 지났지만 사실 아직 익숙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논란은 '민주주의 결정방식이 우리들 감각에 잘 맞는 걸까?' 라는 질문을 꺼냈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 디자인과 정치, 어떻게 다른가?



요코오 야마자키 씨는 커뮤니티 디자인과 정치의 차이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야마자키 예를 들면 국방이나 외교 같은 건 국가 단위에서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큰 테마는 필연적으로 '마을' 단위의 결정 방식과는 달라요. 특정비밀보호법을 모두가 모여 워크숍을 통해 결정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럼 다수결로 하자!' 라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요코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도 의사 결정 방법에 변화를 주려고 해요. 들리지 않는 목소리나 젊은 사람의 의견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선거에 대한 시도도 있었고, 듣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죠. 그래서 퍼블릭 코멘트를 모집하거나 타운 미팅을 열어보거나 하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좀처럼 사람이 오지 않아요... 그 원인이 뭘까요?


야마자키 음, "나랑 상관없어." 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요.


사실 우리들(studio-L)이 일을 시작할 때도 그렇습니다. 갑자기 지억에 들어가서 '당신의 지역을 내가 좋게 만들겠습니다!' 라고 말해도 '얘가 이 마을에 뭘 알고 저런 소리를 해' 라고 여겨지기 쉽상이니까요. 처음에는 기본적으로 환영받지 못해요.


그래서 우선 주민 여러분과 친해지고 싶다는 걸 개개인에게 자택에 찾아가서 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냥 회의실을 준비해서 '갑자기 워크숍을 할테니까 와주세요' 라고 해봤자 아무도 오지 않거든요.


요코오 미나토 구에는 총 20만명의 유권자가 있는데 타운 미팅 참가자는 100여명 정도 됩니다. 유권자 중에 무작위로 편지를 보내서 초청 했는데, 사실 많이 적죠.


야마자키 흥미 없는 사람이 오는 것은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그 주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러니까 조금씩 조금씩 넓혀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구청의 각 과를 돌며 아이들이라던가 에너지라던가 어떤 주제로 재밌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소개 받아요. 구청을 통해서 먼저 소개를 받습니다. 그렇게 아침, 점심, 저녁, 밤, 늦은 밤 하루에 5명을 만납니다. 직접 찾아가 만난 후 마지막에는 꼭 '이 마을에서 재밌다고 생각되는 사람 3명을 소개해주세요' 라고 묻습니다. 그러다보면 10명이 30명, 30명이 90명이 됩니다. 그것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100명, 200명의 사람들과 사귈 수 있어요.


지역에서 재밌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피니언 리더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해 받을 수 있다면 그 주위 친구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퍼져갈거에요.


요코오 과연 그렇군요. 그 방식은 도쿄도 23구와 같은 대도시에서도 가능할까요?


야마자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만 대도시의 경우에는 논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하는 게 좋겠네요.


지금 스미다구에서는 먹거리 교육 계획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식, 교육, 환경과 같은 관련 영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 50명을 모아 워크숍을 열었어요.


거기서 '자급자족' 등 스미다구 먹거리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키워드를 닥치는 대로 내고 마지막에 그것들을 정리한 카드게임을 만들어서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그 50명이 각각 자신 주변에 자치회나 반상회 등에 가서 그 카드로 게임을 하면서 먹거리 교육 계획에 대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 한 사람이 '푸드 마일리지' 라는 단어가 적힌 카드를 한 장 펼쳤다고 칩시다. 카드 아래에는 설명이 적혀있어 처음 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장을 펼치면 '초등학생'이라는 키워드가 적힌 카드가 나왔습니다. 그럼 거기서 '푸드마일리지와 초등학생을 엮으면 무엇이 가능할 것 같나요?' 라는 질문을 통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죠.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두 장의 카드를 펼치고, 다음은 '버추얼 워터 X 고령자' 라던가 등등. 이를 계속 반복해 나가는 겁니다.


즉, 스미다구 25만 구민을 위한 먹거리 교육 계획을 하나 정하고 모든 구민에게 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각 구획마다 주민들의 생각을 통해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계획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코오 그렇군요. 그럼 최초 50명은 어떻게 선정되었나요?


야마자키 똑같이 구청에서 음식, 교육, 환경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을 추천받거나 소개 받아서 직접 부탁드렸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동에서 참가한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학구' 범위 정도는 커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케이스에서 <스미다구 먹거리 교육 계획> 이라는 묵직한 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5페이지 정도의 자기 이웃의 목소리가 담긴 계획서가 생긴다는 게 중요한거죠.



자기 마을은 자기가 해결한다



요코오 야마자키씨는 '초등학교 학구'라는 키워드를 잘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국가나 도 등 큰 단위로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주민들은 거기까지 관심을 잘 갖지 않기도 하고요. 자신에게 가까운 지역 일이라면 나름대로 관심이 가게 되겠죠. 그런 단위로 종합 계획이 생겨가면 재밌을 것 같아요.


야마자키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근대 도시는 초등학교 학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00년 전의 영국과 미국의 도시 계획의 모델이 그랬죠. 그게 일본에도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일본 마을 대부분이 이미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하나의 초등학교 학구에 마을회관이 하나 라던가. 그래서 저희도 그 단위를 사용했죠.


요코오 그렇군요.


야마자키 현재도 반상회 몇 개를 통합한 커뮤니티 협의회를 초등학교 학구 단위로 만드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연합 동모임이나 연합 자치회 같은 사례도 있지만 그건 제도적인 게 아니라 임의 단체였죠. 그에 비해 커뮤니티 협의회는 연간 예산이 있는 지역 환경 미화 등 지역의 중요한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기 위한 조직입니다.


지역 자치 모임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쯤부터 (16세기) 이어져온 구조입니다. 지역에서 고령자 복지, 교육, 방재까지 맡고 있죠.그러나 전후, 복지는 사회복지협의회, 교육은 PTA나 별도 조직으로, 관혼상제는 산업화되어서 사실상 지역 모임의 기능은 사라지고 있는게 실정입니다. 거기서부터 진정한 자치를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협의회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코오 그건 기존 반상회와 같은 동네 조직을 새로 수정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편으로는 야마자키 씨와 같은 커뮤니티 디자이너가 계속 활약하거나 오픈 가버먼트를 통해서 이런 저런 정보들이 공개되면 기존의 조직은 더 약화되어버리지 않을까요? 더 나아가서, 사실 그렇게 되면 지방의회가 필요 없는 것 아닌가요? 라는 논의도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정치인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죠.


야마자키 그것은 확실히 달라지겠죠. 주제에 따라서는 거의 직접 민주제에 가까운 형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대로, 정치인들은 자기 지역의 씽크탱크 같은 역할이 되면 좋겠습니다.

지역구가 가진 문제를 해결한 전 세계의 사례를 날마다 공부하고, 지역에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정치인이면 좋겠어요. 지역 행사에 인사하러 와서 '제가 다음 공무가 있어서' 라면서 먼저 돌아가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얼굴 팔기 위해 시간을 쓰는 정치인 말고요. (웃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역 특유의 방법을 생각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잘하는 정치인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대담 여기까지)



두분의 대담, 어떠셨습니까?


글의 첫 머리에, '어떻게 하면 우리가 정치를 '바꿀 수' 있을까요' 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바꾸는 것' 이 아니라 좋은 것들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 이 최종적으로 좋은 변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대로 제도가 정해지지 않고, 우리가 직접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이니만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많은 힌트가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 안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좀 더 친밀하고 가까운 주제에서부터, 혹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서부터 정치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글쓴이

마스무라 에리코



편집자/삶을 만드는 사람  

국립 음악 대학 졸업. Web제작, 광고 제작, 편집 일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에디터. 두 아이의 어머니. 주요 주제는 아트, 건축, 믿음, 마을 만들기. 야쓰가타케 산 기슭 임대 트레일러 하우스에서 "작은 삶"을 모토로, DIY적 삶을 실천 중.



시리즈

요코오 토시나리



정치 사용법

1981년 3월생. 도쿄도 미나토 구 의회 의원(무소속). NPO법인 그린버드 대표. 거리를 잇는 방재 정보 잡지 <Standby> 발행인. 와세다 대학원을 수료 후 광고회사 하쿠호도를 거쳐 현직. 마을의 문제를 "사회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해결하는 시스템 구축, 국민 정부 등이 주요 테마. 제6회 매니페스토 대상 수상. 월간 『 소토코토 』에서 <마을의 프로듀서론>을 연재 중.




번역/편집 : 리이선생

clownforrest@gmail.com


지금 우리 지역의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건?

그리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는 우리가 직접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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