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암 첫 여행

모든 것이 서툴 무렵에

by 소서


2024년 4월, 꽤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밤이와 첫 차박을 떠났다. 강원도의 봄은 아직 차가웠고, 어색함이 무색하게 벚꽃이 가지에 무성히 남아 있었다. 밤이는 그때 아직 어렸다. 채 한 살이 되지 않았던 시절, 얼굴에는 원숭이처럼 솜털이 남아 있던 때였다.


퇴근하자마자 강원도로 향했다. 첫 여행의 들뜸은 잠시, 도착하자마자 문제들이 이어졌다. 해변가에는 폭죽을 터뜨리는 사람들, 술에 취한 사람들의 소음이 들려왔다. 얌전한 줄만 알았던 밤이는 잔뜩 예민해져 모든 소리에 귀를 세웠다. 새벽 무렵엔 차 옆으로 인기척이 스칠 때마다 짖어대던 밤이를 달래고, 다시 잠을 청하기를 반복했다. 우리 둘 모두 제대로 잠을 잤을 리 없었다.


당시는 강아지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중형견을 입양하며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막상 내 앞에 놓인 현실은 생각보다 거칠었다. 산책 중에 행인에게 시비가 걸리고, 심지어 욕을 들은 날도 있었다. 우리가 어떠한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단지 중형견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예민해졌다.


이 예민함은 결국 나 자신에게, 그리고 밤이에게 향했다. 당당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결점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밤이의 교육에 더 집착했고, 우리의 행동을 동시에 검열하기 시작했다. 밤이의 작은 반응마저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유를 찾고 고치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밤이는 그저 불안했을 뿐이었다. 어린 친구가 도심과 나에게 적응하려고 애쓰던 시기였다. 단지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걸 지켜보기보다 통제하려 했다.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강아지를 처음 키우다 보니 걱정이 내 일상을 완전히 점령했다. 그것은 생활 속 조급함으로 드러났다. ‘이걸 끝내면 뭘 해야 하지, 지금은 뭘 준비해야 하지.’ 늘 다음 행동을 계획하며 살았다. 밤이를 산책시키기 위해 잠을 줄이고, 운동량을 채워주기 위해 내 시간을 쪼갰다. 하루가 계획표로만 움직이던 때였다.



어젯밤의 작은 전쟁이 무색하게, 다음날 아침은 고요했다.

새벽빛이 천천히 차 안으로 스며들었고, 유리창에는 밤새 맺힌 이슬이 얇게 번져 있었다. 시동을 걸지 않은 차 안은 차가웠지만, 그 차가움 속에 묘한 안정감이 감돌았다. 밤이는 내 무릎을 한 번 건드리고는, 다시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해변가를 거닐기 시작했다. 그 고요함 속에서 파도소리만이 귓가에 닿았다. 마치 어제의 소란을 덮는 얇은 천처럼, 조용히.


밤이가 아니었다면 이 아침의 고요를 느끼며 걸을 수 있었을까. 이 작은 생명체는 나에게 여러 의미를 주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듯하다.


조급했던 마음, 잠들지 못한 밤, 불안한 첫 여행.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배워가며 첫 시간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