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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사람 Nov 20. 2021

작별공식.

해변의 거절방식.

여름이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색색의 파라솔과 해변을 그리워한다. 왜 늘 지나간 풍경을 지루하게 하염없이 늘어진 그림자가 쓸고 간 자리를 기어코 떠올리는 걸까. 비치의자가 있는 모래사장과 빨간색 부표와 비치볼이 떠 있는 잔잔한 바다의 수면 위를 응시하는 눈동자를. 곧이어 검은 자에 파도가 일고 크고 작은 파랑들이 물결이 투명한 벽에 부서지며 흩어진다. 파도 위에 파도가 겹쳐지고 전부 다 사그라진 후에야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고야 만다. 당신이 표류하던 시간이 캄캄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 휩쓸려가고 나서야 부재를 알아챌 수 있었다. 언제나 허공을 응시하던 눈빛은 언젠가부터 초점을 잃어 무용하게 되어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들리지도 않아서 모든 날이 잊혀져가고 있다. 바다의 적막이 넓고 웅장하게 퍼져나가고 하늘이 바다를 지구의 다른 페이지로 저편으로 위태롭게 넘겨주었다. 우리는 서서히 다가오는 겨울의 장면을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가을은 저만치 앞서 귀퉁이가 잘려나가고 겨울이 차가워진 바람과 손을 마주 잡고 돌아와서 그 틈을 메우게 될 거였다. 그 해의 계절이 우리에게 미완성으로 남았다.

















대답하지 않는 묵인하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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