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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n Kim 김희선 Aug 07. 2019

일상의 회복탄력성을 해킹하자

하루하루의 작은 실패들을 딛고 그 전보다 더 강하게 다시 튕겨오르기

뭐 하려고 맘잡고 한 이틀 하면 사흘째에는 꼭 일이 생기고, 힘들여 하루하루의 루틴을 잡아놓으면 어디를 가야 하거나 방문객이 오거나 해서 루틴이 산으로 가기도 하고, 맘 먹고 뛰기 시작하면 감기의 공격에 함락되어 굳은 결심은 흐트러져 버리고 만다. 아 오늘은 망했구나 하는 느낌이 이미 아침부터 들 때가 있다. 또 한번 망하고 나면 한번 미끄러진 김에 열심히 할 마음이 안나서 며칠이 연달아 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새 내가 관심있게 보고 있는 주제는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라는 한국말은 resilience를 번역하여 김주환 교수가 만들어낸 것인데, 난 이 단어가 참 좋다. 회복이 될 뿐 아니라 탄력까지 받아서 회복 이전의 상태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는 것 같은 어감이라서. 회복탄력성에 대해 최근에 읽은 책들은 김주환 교수의 <회복탄력성: 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 근력의 힘>과 Harvard Business Review의 Emotional Intelligence Series 중에서 뽑은 <회복탄력성: 실패와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는 항체 만들기>인데, 후자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몇가지 아티클을 모아서 번역해 놓은 것이다. 두 책 다 회복 탄력성을 인생의 큰 시련이나 실패에 대한 것에 촛점을 맞추는데 비해,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좀 더 소소하게 하루의 실패나 한두번의 미끄러짐을 어떻게 극복하고 전보다 더 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서 좀 응용이 필요했다. 


회복탄력성의 연구는, 1955년에 아직 관광지로 개발이 안되어 가난하고 낙후한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태어난 아이들을 전수조사하고 성장과정 전체에 걸쳐 종단연구하는 과정에서 누가 봐도 비참한 삶이 예정된 것 같은 환경조건들을 타고난 아이들의 1/3이나 되는 숫자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처럼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걸 보고 원인을 알아보려고 하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보여주듯이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탄력성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비율이 대략 1:2 정도 된다고 한다. 어릴때의 가정환경과 받은 사랑이 회복탄력성을 높이지만, 어른이 된 이후에도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서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살짝살짝 미끄러지는 것에서도 다시 스스로 힘을 내서 벗어나올 수 있는 사람이 선천적으로도 1/3은 된다는 거고. 개개인이 마음을 쓰고 노력을 해서 그 일상의 회복탄력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싶어서 솔깃해서 더 연구들을 찾아보았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두 가지의 큰 요소들은 자기조절력과 대인관계력이라고 하는데, 이게 매일매일의 회복탄력성에도 바로 적용이 된다. 오늘을 혹은 이번주를 내가 원하는대로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회복탄력성을 활용해서 다시 내일은 혹은 다음주에는 다시 더 힘을 내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여기 메모해본다. 




자기조절력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먼저는 작은 (혹은 큰) 실패를 경험한 스스로에 대해서 여전히 긍정적인 정서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원인분석력을 통해서 왜 오늘은 내 생각처럼 하루를 살지 못했는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찾는 한편, 이것이 나라는 사람의 본질적인 실패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조건에 따른 한시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 내 경우 이건 로그에서 온다. 왜 하루가 망했는가 왜 이번에는 하고자 하는 걸 지키지 못했는가 스스로 찬찬히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적다 보면 복기가 가능하고, 복기가 가능하면 객관적인 대처도 가능하다. 로그가 쌓이면 패턴도 보인다. 


감정조정력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감정과 도전의식을 스스로 불러일으켜서 신나고 재미있게 임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매일 일하는 중에도 피곤하거나 하기싫거나 기분이 다운 될 때 그 기분을 떨어내고 다시 스스로 재미를 배가시키는 게 자신에게 잘 먹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오후의 특정 시간에 피로와 부정적인 기분이 몰려들면 집에서 일할때는 티팟을 제대로 준비해서 정성들여 차를 우려 티타임을 해준다. 좋은 차를 정성들여 우려서 마시면서 일하는 재미. 그 재미로 일을 하다보면 작은 고비를 넘어간다. 전날이 아주 생산성이 낮았던 날도 비슷하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유달리 정성을 들여서 커피 리츄얼을 하면서 아직 시작하지 않은 오늘의 의미있는 일을 생각하거나 스스로 화이팅을 한다. 


한편 스스로 원해서 고통을 즐기는(?) 능력 혹은 고통의 과정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마음의 습관도 큰 역할을 한다. 고통을 나름 즐기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신기한 기술인데, 기발함이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매주 3-4번씩 달리고 최근에는 하프마라톤까지 뛰었지만, 아프거나 게을러지거나 해서 며칠 쉬고나서 다시 길에 나가 뛸 때 처음 1-2마일 동안 근육과 폐의 고통은 다시 또 새롭다. 대신 그 고통으로 얻어지는 fitbit 심박수 데이터와 strava 그래프 데이터, 그리고 친구들에게 얼마나 내가 달리기에 젬병인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삼는 데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덕에 계속 달리고 있다. 



대인관계력


실패를 경험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힘들때가 있다. 이럴때 특히 주변사람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의 힘은 참 크게 작용한다. 대인관계력에는 소통능력에 더해 공감능력과 자아확장력도 들어있다고 하는데, 평소에 소통하고 공감하고 내가 내 자신처럼 확장해서 진심으로 대했던 주변사람들은 내가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스스로를 의심할때조차 나를 믿어준다. 말하자면 "자기확신"이라는 자산을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분산투자(?) 해두었다가 내가 필요할때 이자까지 더해서 돌려받는 것이다. 무조건 남는 장사다


이게 우리 상뽐회의 정수이기도 한데 (상뽐회에 대해서는: 상뽐회라는 모임이 있다를 보세요), 평소 분분하게 소통하고 공감하고 서로에게 자아확장하는 사이에 단단하게 rapport 형성이 되었다. 게다가 목표를 위한 진행상황도 꾸준히 서로 업데이트를 하고 같이 트래킹을 해왔으니 나 자신보다도 이 작고 단단한 rapport group이 나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을 때도 있고, 내가 나의 목표에 자신이 없을 때에도 그들의 신뢰에 다시 힘을 얻는다. 그래서 하루이틀 삐끗했을 때도 다시 금방 계획대로 돌아올 수 있는 탄력을 받았다. 




5월에 알러지로 다운되어서 한 열흘 달리기를 계획대로 못했던 때가 있었다. 아픈 것은 이틀 정도였는데, 기분도 다운되고, 하려던 훈련을 못했던 것이 더 기분을 다운되게 해서 아예 달리러 나가기도 싫고, 그러니까 기분은 더 다운되고...  하향쌍곡선이 열흘이나 갔다. 그때를 생각해서 뭐가 딱 통했어서 도로 다시 달리기에 대한 흥미와 에너지를 회복하고 그 달 말의 Bay-to-Breakers 12km 대회를 개인최고기록으로 뛸 수 있게 되었나를 돌아보았다. 


일단 아프다, 하기 싫다는 걸 인정했다. 그렇게 인정할 수 있는 상황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상뽐회 친구들에게는 그런 인정을 해도 그들이 나를 한심하게 보거나 형편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 안전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조금 나아진 어느순간 다시 작게라도 한발자욱을 뗐다. 하기 싫고 힘들더라도 일단 바깥에만 나간다 하는 기분으로 조금이라도 뛰었다. 그랬다고 (작은 성공) 했더니 뽐들이 잘했다 대단하다 난리법석을 떨어주어 쑥쓰럽지만 기뻤다. 뽐들은 여튼 우쭈쭈의 달인들이지.

친구들이 위로의 말을 정말 많이, 그리고 아주 적절하게 해줬다. 아프면 하기 싫은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쉴 것 다 쉬고 돌아와도 다시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동안 해온 것으로 보면 금방 다시 온트랙이 될 거라고 안심시켜줬다.  

골이 있었다. 눈에 보이고 확실한 골 (그 달의 12K 대회와 두 달 뒤의 하프마라톤)이 있었고 친구들이 나와 함께 내가 골에 어떻게 하루하루 느리지만 꾸준하게 다가가는지 같이 트래킹을 하는데 재미를 들이고 있었다. 

달리기랑 관계없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너무 많이 오가는 우리 챗방.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TL;DR:


하루 한주의 작은 실패로부터 다시 튕겨올라 더 높이 뛸 회복탄력성을 필요로 한다면 소수의 신뢰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이루려는 목표를 알리고 진행상황을 업데이트해줘보자. 친구들에게 공유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에게 얼마나 그 일에 대한 내적 재미가 생기는지, 친구들이 얼마나 든든한 서포트가 되어주는지 깜짝 놀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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