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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May 01. 2017

死표

2017.04.27


선거철이 되면, 특히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항상 죽은 표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 대체 死표란 무엇인가? 
당선될 가능성이 적은 후보에 투표한다고 나의 표에 의미가 없다는 말, 대체 투표에 死표라는 게 어디있다는 말인가.

인간이란 동질성을 갈구하는 동물이다. 나와 같은 너를 보며 안심하고 신뢰를 갖고 우리가 함께하고 있음에 같은 길을 가는 '내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것을 끌어안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그 부분에서 커다란 고민과 괴리를 느낄 것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기 나를 자신들의 편이라 생각한다면 어찌 되었든 그 사람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거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의 표를 받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유력 후보는 자신의 평소 생각보다 더 많이 끌어안을 수 있는 방향을 택하게 되어 있다. 정당과 정치라는 것은 본래 각자 위치에 있는 의견을 대표하게 되어 있으나 선거라는 제도를 통함으로 딜레마를 겪게 된다. 내 편, 그리고 내 편이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는 인간에게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즉 내가 유력하고 힘이 있는 집단에 소속되기 위하여 상대방을 서슴없이 비난한다.

나의 뚜렷한 입장이 없이 유력한 사람의 편에 붙겠다는 사실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바라는지를 알고 그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메인 스트림에 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유력 집단에 속해 안정감을 얻으려 한다면 그건 큰 착각이다. 그들은 모두를 끌어안을 수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자신이 끌어안을 수 있는 상대를 바꾸게 되어있다.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좋은 사람이 아니냐는 전혀 관련이 없다. 집단에서의 필요 요구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이 당연한 생리다. 믿을 만한 정치인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각과 지지기반이 일치하는, 그 사람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정치인을 믿기란 상당히 어렵다.

집단이 나의 입장을 명확하게 대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집단의 리더가 내 생각을 포용해주고 바라는 대로 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사람은 서로 다른 각기의 입장에 있는 사람을 고민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한다. 그게 다수를 위한 선택이든, 자신이 생각한 바람직함을 위한 선택이든 그건 해당하는 사람과 집단의 가치에 달린 것이지만 그 사람이 모두를 대변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꼭 내가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야 하는가? 물론 당선이 되고,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야 나의 생각이 현실로 빚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해한다. 그래야 내가 힘을 갖고, 내가 더욱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고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 사회는 부적절하게 돌아갈 때가 많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나의 생각이 이러하다, 그리고 내가 보았을 때 이 부분에 대한 주관은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것을 피력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지, 필요한지를 마음을 열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주요점을 알려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주어진다. 사회의 다양성과 다양한 목소리는 굉장히 중요하고, 그 목소리가 자신의 위치를 뚜렷이 낼 수 있을 때 사회와 정치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대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주관이고 그 사람의 주관 또한 나의 주장을 만들어 내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니까. 나의 주관과 말은 상반된 입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낸다.

분명 나에게도 나와 동질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나, 그리고 나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나와 이질성을 띠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 이질성은 나의 동질성과 주장을 더욱 돈독하게 하고 빛이 나도록 도와준다. 나와 너는 모두 이 세상에 필요하다. 당신이 하는 생각이 바람직하다면 그를 관철하자. 당신과 같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당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나의 지지와 주장을 보며 당신의 생각에 동조하기를 망설였던 사람도 함께 동조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함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정말로 바람직한 세계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다. 死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죽은 뇌, 사腦와 죽은 머리, 사頭가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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