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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May 12. 2016

성격의 형성과 변화

2015.07.27


  나는 어릴 적 몸이 많이 약했다. 물론 지금도 건강한 편에 속하지는 않지만... 천식도 있었고 비염도 심하고 감기도 잘 걸려서 이비인후과를 집처럼 다녔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는 내가 밖에서 나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나는 주로 집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며 책을 정말 많이 보았다. 어릴 때의 나는 정말 볼 수 있는 모든 책을 보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왜 만화에서 나오는 아파서 집에서 요양하는 사색이 많은 호흡기 질환이 있는 약골 소년이 바로 나다.

  그게 오히려 내 면역을 떨어뜨린 건지 건강하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나의 기본 성향과 성격을 완성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국민학교에(나는 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초등학교로 졸업했다.) 입학을 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나는 정말 운동신경이 제로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을 못했고 달리기도 느린데다 호흡기 질환까지 있으니 당연히 체육관련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적이 없고 과목 자체를 싫어했다. 그래도 지금은 산책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는 매우 좋아한다. 왜냐면 사색을 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어린아이들은 신체기능이나 운동능력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민학교를 다닐 때의 나는 굉장히 소심하고 조용하고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자연스럽게 책, 영화, 만화를 많이 보고 음악을 많이 듣는 아이가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비슷한 것들을 좋아하는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다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하지만 남자아이들과 무리지어 다니면서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러 가거나 그런 일은 없었고 그 이후로도 없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여자애들이 남자애들보다 더 생각이 깊은 경우가 많은데, 그 당시의 나는 사색을 많이 해서 그런지 남자애들이랑은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고 같이 있어도 재미가 없었다. 어린 남자애들은 사람보다는 원숭이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남자애들과 친해질 거리가 별로 없고 여자애들이랑 많이 친해졌다. 

  또 사색을 많이 하다 보니 사색을 정리하고 싶어져 이런저런 허튼 글 남기는 게 좋아졌고, 만화나 영화를 많이 보다 보니 호불호가 명확하고 취향을 타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종류의 친구들이 있으니까 나에게도 나와 비슷한 취미나 취향을 가진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나는 정말 남자스러운 남자들과 친해지는 게 가장 어렵다. 그리고 나도 딱히 특별히 성별을 가려가며 왜 남자랑 열심히 친해져야 되나? 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고난 성격이라는 건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운동신경이 좋고 튼튼한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지금과 같은 성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이런 블로그도 운영하지 않았겠지.

  아프기 전과 아프고 난 후의 나는 얼마나 성격이 다를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감추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걸까, 단순히 감추고 싶지 않다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 물음인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나의 변화하는 성향과 성격을 기록하고 스스로 관찰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도 나는 이러한 글들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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