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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상념

어머니는 애처롭다

by 한승훈

2015.08.20


어머니는 애처롭다

어머니는 자식을 보고 살지만 자식은 세상을 보고 산다.

세상을 보며 사는 자식에게 어머니의 '봄'은 숙제로 다가올 뿐

어머니를 갉아먹으며 자식은 자란다.


자식이 어버이가 되면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해는 이해일 뿐 여전히 어머니의 '봄'은 숙제로 남는다.


시간이 더 흘러 어머니가 어머니의 모습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그때가 되어도 어머니는 여전히 숙제가 되어 있다.

그 숙제들은 이리저리 밀리며 찢어진다.


그리고 고민하지

"어머니는 왜 나에게 숙제가 되어 남아있는 거야?"


어머니는 서글퍼하지 않는다.

그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인정받고 싶을 뿐

나의 존재를 인정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식뿐이니까


이제 인정받는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할 때

자식들은 어머니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머니를 위하는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지

어머니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자식을 본다.

여전히 자식은 어머니를 갉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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