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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Apr 29. 2016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2015.07.08


  현실적인 고려'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그 말들이 더 와 닿는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객관적으로 '좋은 사람'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고 사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올바르고 명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 가치관에서 벗어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가진 가치관들은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고 비난받지 않을 가치관들이다. 최소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당할 만한 행동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좋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나는 분명 '보통 사람들이 바람직한 인간'이라고 말하는 상에 가깝다. 나는 물욕이 적고 바른 가치판단에 따라 행동하며 비겁한 짓은 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스스로에서 정당한 모습을 보일 자신이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언제까지라도 유지할 자신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자기 사람'으로 두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흔히 말하는 '좋은 사람'이란 세속적인 행복과는 다른 삶을 추구하는 경우도 많고 약간 비겁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잘 챙기고, 경제적인 이득을 얻어오거나 경쟁적이고 강인하며 약간은 폭력적이라도 스스로의 권리를 잘 쟁취하는 사람이 자신의 사람이기를 바란다. 보편적인 '좋은 사람'이라는 개념을 가진 사람은 '쟁취'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나도 나와 내 사람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지만 나는 '경쟁' '쟁취' 따위의 단어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투병이라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직업적으로도 '내 사람'을 챙기기보다는 '내가 필요한 사람들'을 챙기는데 더 익숙하다. 나는 '내 사람'을 챙길 자신이 있고 그 사람의 진짜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지만 내가 만드는 행복이라는 것이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에게 중요한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면 또 다른 대답이 나온다.


  나는 나의 직업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나라는 사람 자체가 나의 직업과 잘 어울리며 직업에 맞는 윤리의식과 마인드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이 맞는 건가? 물론 이렇게 물어보면 누구나 나에게 "너는 좋은 사람이야, 큰 위기도 극복을 했고 멘탈도 훌륭하고 좋은 정신을 가지고 있어."라고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자기 사람으로 두거나 그 사람의 부모님이 나를 자기 사람으로 원하는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미지수로 남는다. 사실 부정적인 대답이 더 많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내 사람으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가, 나는 좋은 사람이라 불려도 괜찮은 존재인가,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에서 과연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맞는 건가, 나는 실제로 어떠한 자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나는 나 스스로에게 당당해도 되는 건가, 나는 얼마나 부족하고 부정당해야 하는가, 나는 얼마나 많은 부분을 감내해야 하는가, 나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도 되는 것인가, 나는 누군가와 함께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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