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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Jun 24. 2016

아이를 키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5.09.02


  사람에게는 종족 번식의 본능이 있고 당연한 듯이(요즘엔 당연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키운다. 특히 동양권은 자식이 이십 대 중반이 넘어서 자라기까지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데 매진한다. 물론 나도 서른둘인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아마 결혼하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지


  아이를 키우는데 엄청난 노력과 시간, 돈이 든다. 투자로 보자면 마이너스 투자에 가깝고, 투자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배당이 잘 떨어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자식들은 "부모님과 무엇인가를 하거나 부모님을 돕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할 필요도 없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흔히 말하는 효자가 된다. 그러니까 부모님들에게 무언가 노력을 하는 자체가 필요조건이 아니라 선택사항이라는 이이기다.


  요즘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크고 난 다음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고 오히려 "자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치매에 걸리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암에 걸려 빨리 죽기를 더 바라지, 치매는 자기 뜻대로 죽을 수도 없으니까.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부모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면 모두 자신이 책임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 자식이 있으면 가정이 없는 그 사람이 돌보기를 바라고, 부모를 돌보는 사람이 내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아들들은 내가 부모를 모시면 아내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딸들은 자신이 부모를 모신다면 시댁과 남편의 눈치를 본다. 그리고 그렇게 부모를 모신 사람들의 대부분은 종국에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다. "너는 지금까지 우리 엄마한테 뭘 했냐." "뭘 했길래 우리 엄마가 이렇게 되었냐." "이렇게 될 때까지 넌 뭘 했냐."  "고작 이거 해놓고 이렇게 힘든 티를 내는 거냐." 등등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복지센터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일했기 때문일까. 내가 일하는 이 지역은 흔히 말해 사회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당연히 센터를 다니시는 어르신들의 자식들은 대부분 돈과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르신들은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매일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그 자식이 나를 이렇게 잘 돌보고 있다."라는 사실 하나만을 보고 살아간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자식들이 부모가 어떻게 되어도 큰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나의 책임을 벗어나 하루하루 적당히 지내시기를 바란다. 최소한의 행동은 하겠지만 부모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적극적인 무엇인가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록 소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도리어 부모가 "하루 빨리 어떻게 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자식의 성공이 부모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어떠한 약속도 없는 상황에서 나이를 먹고 자식의 눈치를 볼 것을 걱정하면서도 사람들은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 것을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내가 보기에는 자식을 키운다는 것은 부모에게는 남는 것이 너무 없다. 자식에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전화가 온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하는 삶에 어떠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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