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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Jun 20. 2016

관계의 불안에 대한 고찰

2015.10.25


  관계를 해치는 대부분의 심리의 근원은 불안에 있다. 나 자신이나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 상황과 자극이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으니 불안감이 증폭되고 결국 관계를 해치게 되는 것이다.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내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도 감을 잡기 어려운데 상대방이 어떨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사람이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어제 나의 생각과 오늘 나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당연히 상대방에 대해 아는 부분보다 모르는 부분이 더 크고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보인 모습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뿐이다.


  이제 어느 한순간 "내가 좋아하는 이 사람이 사실 나에게 실망했으면 어떻게 하지?" "이 사람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좋아져서 내가 뒷전이 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이든다면 그게 바로 불안의 시작이다.


  사실 이러한 불안감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적어보자면 일단 오랫동안 관계를 가진 경우에는 그러한 불안감이 적을 것이다. 그래서 오랜 친구나 신뢰를 가지며 지내온 가족(신뢰를 주지 못하는 가족도 있으니까) 과의 관계에서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적다.


  또 둘이 함께했을 때 명확한 이득 관계가 있을 때도 불안감은 적을 것이다. 물론 이득 관계가 사라진다면 그 관계는 끝이다. 예를 들어 학교를 다닐 때같이 다닐만한 사람이 마땅히 없는 두 사람이 친해져서 함께 다녔지만 졸업을 한 후 전만큼 친하지 못한다던가. 애인이 없는 남자와 여자가 데이트 메이트처럼 지내다 한쪽이 애인이 생겼다던가 뭐 그런 경우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너의 이러이러한 부분이 좋고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러이러한 일이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같은 말들을 종종 한다. 상대방이 나를 생각했을 때 편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내가 불만이나 불유쾌한 감정이 생겼을 때 그 부분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최소한 상대방이 모르는 일은 없도록 하자는데 그 이유가 있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이성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으면 멀어질 수 있고, 나와 갈등 해결 방식이 다르다면 이야기가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그러한 부분은 내 손을 떠난 것이니까 그건 어쩔 수 없다. 일단 나는 솔직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려던 것은 아니다. 왜냐면 나도 그 방법을 모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황한 글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과 내가 서로를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 관계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내가 상대방을 보완해주고 신경 써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러니까 같이 성숙해질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말이다. 


  결국 중요한 사실은 이렇다. 내가 너를 좋아하고 내가 너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있다면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관계는 서로 동시에 이루어가는 것이니까 내가 너무 좋은데 상대방이 나를 너무 싫어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불안감 때문에 아까운 사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너와 나는 당연히 다르고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와 내가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면서 조율할 수 있다면 그 관계는 정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불안감을 없애는 무엇보다 큰 방법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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