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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훈 Jun 12. 2016

여자들의 공감

2015.11.07


  여자들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 남자들이 상대방의 심정이나 심리에 집중하기보다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기를 좋아한다면. 여자들은 상대방의 심리나 그 상황에 있을 상대방의 감정에 더 집중을 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상대방이 어떠한 감정인지 잘 모른다, 그러니까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상대가 앞에서 어떠한 힘든 일이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 상황이 어떠한 상황이었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 상황이 정말 힘든 상황인가, 나는 무슨 답을 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감정 같은 건 잘 알지 못한다.


  반대로 여자들은 그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내 앞에서 말을 하는 내 친구가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데, 이 괴로움이 나에게 그대로 와 닿으니 자신도 같이 슬퍼지고 힘들어한다.


  나는 직업 때문에 이렇게 된 건지, 이러한 성격 때문에 이러한 직업을 가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들과 비슷한 정도의 공감이 가능한 사람이다. 내가 여자인 친구들이 많은 것도 이게 원인인데... 아무튼 그래서 보통의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여자들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지금 나의 힘든 이야기를 너에게 하고 있어, 너는 남자지만 내 남자친구(혹은 썸남, 혹은 전 남자친구)보다 내 편을 들어야 해"라는 메시지를 자주 받게 된다. (일상적인 이야기에서의 공감은 당연한 거니까 여기에서는 제외하도록 하자.)


  그러면 나는 당연히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을 해준다. 상대가 바라는 건 나의 해답이나 남자친구의 마음 따위가 아니라 그냥 자신의 힘든 부분을 말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냥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들어준다, 그거면 되니까 그렇게 해준다.


  하지만 대화라는 것은 주고받기 마련이니 이내 나의 이야기도 하게 된다. 예를 들면서 이야기를 꺼낼 때도 있고, 자기만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 민망하니까 나에게도 이야기하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어쨌든 그렇게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나는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모두 솔직하게 대답을 해준다. 나는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편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물어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아니면 여자친구와 합의된 선에서) 다 대답을 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참 재미있는 게 나에게 이야기를 할 때 자신에게 공감을 해주기를 바라던 사람들이 나의 여자친구(혹은 썸녀, 혹은 전 애인들)에게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전)애인(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내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하면 어느덧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자인 내 친구들은 내 (전)애인(들)에 대한 변명을 한다. "오빠 사실 그 사람은 이래서 그랬던 거일 거야.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나도 안다 그래서 그랬던 것, 그리고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애들은 이런 말도 한다. "(전)애인(들)이 너무 안됐다.. 힘들 것 같아" 이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게 대체 뭔지, 내가 힘든 건 상관없는 건가? 나는 지금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이렇게 많은 여자들이 나보다는 나의 (전)애인(들)인 같은 성별인 여자에게 공감을 한다. 마치 자신이 내 (전)애인(들)이 된 것처럼 나에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있지도 않은 사실을 자기 멋대로 만들어서 "사실 그건 이런 거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 물론 그 사람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내가 잘 모르지만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그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사람에게 객관적인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누군가의 필터를 거쳐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멋대로 꾸며낸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양 나에게 충고를 하는 것은 나와 싸우자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그건 오롯이 너의 이야기지 나의 이야기가 아니잖은가 나는 나의 이야기가 있고, 나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나는 당신에게 심판을 부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은 나를 심판을 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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