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8
안녕하세요
일상으로의 회복이 빠른 것은 제가 그만큼 일상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려 노력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가야 제가 빨리 괜찮아질 테니까요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일종의 방어기제일 겁니다.
잃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잃어버린다는 것은 사실 두려운 일이잖아요
그것을 놓아버릴 정도로 성숙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 했습니다.
모든 괴로움은 집착에서 오는 것임을 알면서도 털어버리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정말 괜찮은 것인지, 그냥 괜찮아 보이는 것인지 저 스스로도 잘 알지 못 합니다.
다만 어제까지 제가 느끼는 감정들은 일단 치료가 끝났으니 심신을 회복할 일만 남았다는 것,
그리고 이제 다시 내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일도 그만두고 앞으로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름대로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외롭고 쓸쓸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해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삶을 나누고 싶은데 저는 그럴만한 사람이 없거든요
사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이 있어도, 애인이 있어도 외롭고 쓸쓸한 것은 사실이고 누구나 그러한 것을 이겨나가야 할 거예요
그리고 제가 쓸쓸한가 보다..라고 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하지만 누구나 그렇다고 해도 저의 쓸쓸함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상실의 양은 줄어들지도 않고, 회복되지도 않으며,
"누구나 이러니 나도 이겨내야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잖아" 따위의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저의 괴로움은 오롯이 저의 괴로움으로 남아있잖아요
그냥 그러냐고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상성에 더 집착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들어오는 혼란을 털어버리려는 몸부림인 거죠
영화를 보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많이 회복되었다 생각합니다.
정말 괴로운 시기는 떠나보냈어요
제가 특별히 고통을 더 잘 잊어버린다거나 어떠한 요령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그렇다고 남들이 말하는 것처럼 강한 사람도 아니구요
그냥 그렇게 몸부림치며 떨쳐버릴 뿐입니다.
그 과정의 모습들이 블로그나 외부에 보이는 것이죠
오히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만..
오늘은 진료를 받았습니다.
차후 치료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냥 이대로 치료를 끝내거나, 방사선 치료를 2주간 받거나, 항암치료를 1차 한다고 했습니다.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95%는 완치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애초에 사망률은 낮은 암이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사실 완치율 같은 건 저에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7년 뒤 재발이라는 굉장히 드문 케이스이기도 하고 재발한 그 자체로 이미 고통이니 말이죠
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없습니다.
수술 외의 치료는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치료는 받지 않겠다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일단 몸 상태를 보자고 해서 내일 전신 CT를 찍기로 했어요
25일에 결과를 다시 보기로 헀구요
결과에 따라서 치료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벌 것 아닌 일상과 생활을 잡기가 참 힘드네요
생각보다 괴로워 이야기를 하고 털어놓고 싶은데 그러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고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괴롭다 말하고 싶은데 사실 그런 이야기는 누구도 듣고 싶어 하지 않아 하니까요
정말 편하게 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저에게 정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럴만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결국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혼자서 이겨내기 어려운 자신을 또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쓸쓸하고 애써 일상성에 매달리는 거겠죠
신체가 힘든 것보다 정신이 힘든 게 훨씬 괴로우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좀 쉬고 회복하러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삶의 많은 것을 놓고 살아야 더 편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정작 소중한 것을 줄이며 살았을 때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어떠한 것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직 많은 것들을 붙잡고 매달려 있습니다.
그래도 하루 하루 더 괜찮아져야죠
결국 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저 뿐이니까요
좋아도, 좋지 않게 되더라도 삶을 살아야 하니 어떻게든 모양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쓰다 보니 썩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네요
죄송하지만 그냥 그대로 이해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고맙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