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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Dec 20. 2015

화면조정시간

뚜우우우우. 

자를 대고 똑바로 그어 만든 것 같은

직선의 소리가 들려왔다. 


애국가가 울려퍼지기 전 

티비는 저 홀로 

비명같은 소리를 만들어 냈다. 

꿈뻑이며 명멸하던 화면도 

그 시간엔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었다. 

화려했지만 단음의 시간이었다. 


차라리 침묵이 나았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선잠을 자는 듯 

뒤척이는 사람들을 위해 

황급히

볼륨을 낮추어야 했다. 


입을 앙다문채 신음만 뱉어내는 포로처럼 

티비는 

힘겹게 색깔을 토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조정의 시간이라고 했다. 


애국가가 사절까지 울려퍼진 후에 

세상은 

박물관을 뛰쳐나온 화석들 처럼 

기지개를 켤 것이다. 

누군가 말했다.


발언권이 없던 나는 

그냥 그렇게 믿고 싶었다. 

지금은 화면 조정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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