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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Jul 12. 2018

[詩] 남영동

수조 안에 있었다. 뻑뻑하게 얼어붙은 아가미로 침묵의 말풍선 몇개를 뱉어내는 동안 해는 수면 아래로 황급히 자취를 감추곤 했다. 겨울은 쉽게 저물지 않았다. 냉기를 끌어안고 잠드는 밤이 많았다. 얼어붙은 눈으로 꼬박 밤을 지새고 난 아침이면 어김없이 검은 벽돌 건물에 사람들이 찾아오곤 했다. 가끔은 어두운 복도에서 출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허우적거리며 구조요청을 보내왔다. 구조신호를 따라 갔지만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미안했던 적이 많았다. 설명할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늘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출구없는 복도를 헤매는 꿈을 꿀때마다 놀라서 깨곤 했다. 검은 벽돌 틈새로 끈적한 어둠이 흘러나왔고 나는 행여 닫히기라도 할까봐 비상구 표시등 켜진 철문을 꼭 잡고있었다. 손바닥이 흥건히 젖어 곧 손잡이를 놓칠 것만 같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더 이상 숨을 쉴수 없을때쯤 아득히 지하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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