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군불처럼 달뜬 서녘 하늘 뒤로
긴 하루가 채 넘어가기도 전에
다닥다닥 엉겨 붙은 지붕 틈새로
고슬고슬 갓 지은 밥내 풍겨오면
밥 먹어라 닦달하는 엄마 목소리 들려올 것 같은데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배달오토바이 소리
개 짖는 소리만 공허한 골목 한 복판
여기 어딘가 흰 돌멩이로
삐뚤삐뚤 금 그어 놓고
친구들 불러다 땅따먹기 한판 하면 딱 일텐데
그 많은 친구들은 어디로 갔는지
밥 먹자고 전화할 친구 하나 없네
개소리만 요란한
서울 한복판 어느 골목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