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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Sep 07. 2020

증명사진

실체를 보여주기 위해 발명되었던 사진이라는 혁명적 현상은 이미 실체와 가장 동떨어진 이미지들을 생산하는 것으로 그 혁명적 상품성을 이어가죠. 심지어 존재와의 동일성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된 증명 사진이라는 것도 실체를 왜곡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단점을 감추는가, 얼마나 규격화된 미적 기준이 가까와지는가에 따라 상품성이 달라집니다. 페북에서 프사는 어차피 만날 가능성이 없는, 그래서 존재의 동일성을 서로 검증받을 기회가 전혀 없는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각자의 나르시즘을 극대화하는, 일종의 존재증명 방식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 곳에서 존재라는 건 왜곡의 다른 말인거죠. 나는 왜곡함으로서 존재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왜곡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게 꼭 프사만의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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