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너 Dec 29. 2019

서른, 더하기 스무해

'그게 언제더라. 삼년전이니까 1996년이구나...' 무심코 뇌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2016년이다. 그런 식이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회상할 때 습관처럼 20세기까지 되돌아가곤 한다. 21세기하고도 19년이 더 지났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그럴때마다 내 존재는 서른살 되기 직전, 세기말 즈음에 정체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세기말에 뭔일이 있었더라. 아. 그때 학교를 졸업했고 취업을 했고 번식을 했구나. 인생의 이벤트가 그때 반 이상 이루어졌던 셈. 사실 21세기는 아직도 누군가의 상상속이다. 핵전쟁이 끝난 후 복제인간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설정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배경이다. 생태변이로 소수의 인간이 살아남아 인간복제 시대를 연다는 설정의 영화 <아일랜드>도 2019년이다. 어쩌다보니 20세기의 몽상가들이 상상했던것 보다 더 구차하게 그들이 꿈꾸었던 미래의 시간을 살고 있는 셈. 


그러면서도 간혹, 아니 자주 20세기가 파놓은 시간의 덫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서른 이후잖아. 광석이 형이 그랬잖아. 비어있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나이 서른. 그러고도 더하기. 스무해 

매거진의 이전글 날벌레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