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언제더라. 삼년전이니까 1996년이구나...' 무심코 뇌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2016년이다. 그런 식이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회상할 때 습관처럼 20세기까지 되돌아가곤 한다. 21세기하고도 19년이 더 지났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그럴때마다 내 존재는 서른살 되기 직전, 세기말 즈음에 정체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세기말에 뭔일이 있었더라. 아. 그때 학교를 졸업했고 취업을 했고 번식을 했구나. 인생의 이벤트가 그때 반 이상 이루어졌던 셈. 사실 21세기는 아직도 누군가의 상상속이다. 핵전쟁이 끝난 후 복제인간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설정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이 배경이다. 생태변이로 소수의 인간이 살아남아 인간복제 시대를 연다는 설정의 영화 <아일랜드>도 2019년이다. 어쩌다보니 20세기의 몽상가들이 상상했던것 보다 더 구차하게 그들이 꿈꾸었던 미래의 시간을 살고 있는 셈.
그러면서도 간혹, 아니 자주 20세기가 파놓은 시간의 덫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서른 이후잖아. 광석이 형이 그랬잖아. 비어있는 가슴속에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점점 멀어져만 가는 나이 서른. 그러고도 더하기. 스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