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너 Dec 12. 2020

인물화 습작, 라라랜드 한장면  

밑그림을 그리고 나서 색을 얹는다. 밑그림을 그릴땐 갈색계통의 단색(주로 번트 엄버, 번트 시에나) 물감을 쓴다. 단색만으로 명암을 다 표현하는 연습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성격이 급해서 그렇게 잘 안 된다. 스승님 말씀하시길 알라프리마(at first)이라고 밑그림 없이 한번에 슥슥 그리는 기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유화의 고수들 이야기다. 닥치고 밑그림을 꼼꼼하게 그리려고 노력 중이다. 


색을 얹는 단계에서는 조색이 중요하다. 빨강 노랑 파랑 세가지 색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색을 만들어내는 스승님이 옆에 뙇 지켜보고 있지만 가르쳐준대로 하기 쉽지 않아 그냥 감으로 만든다. 대충 섞다보면 비슷하게 나오기도 하고 엉뚱한 색이 나와서 그림 분위기가 확 달라질 때도 있다. 그러다 스승님이 영 답답해하는 분위기를 감지하면 슬쩍 물어보기도 한다.  


인물화는 풍경이나 정물과 달리 붓칠 한번이 표정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에 무척 섬세한 묘사가 필요한데 섬세하지도 꼼꼼하지도 않은 내가 인물화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어렵기 때문에 다시는 안 해야지 하다가도 또 하게 된다. 어차피 오래 그릴 생각인데 어렵다고 피해다니면 꼭 필요할 때 묘사를 못해 그림을 망칠수도 있지 않나. 


세상사 어떤 분야든 그렇듯 그림도 기초가 중요하다. 기초 없이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는 결국 기초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입시미술이 뭐 중요하냐, 학부과정이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사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그림이 탄탄할 수 없다. 고작 일년 남짓 그린 입장에서 겉멋 보다는 우직하게 기본을 닦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라라랜드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다. 조커와 화양연화에 이어 세번째다. 영화 한장면 시리즈는 인물화를 좀 재미있게 숙련하기 위해 그리는 습작들이다. 그리고 싶은 영화가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리려고 생각하니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는 것 투성이다. 누가 다음엔 이거 그려. 딱 찍어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