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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Feb 25. 2016

페이스북이라는 이름의 파티

존재와 관계, 혹은 허상

페이스북에서 글을 쓴다는건 뭐랄까. 파티에서 한 코너를 맡아 음식을 벌여놓고 손님을 맞는 것 같은 심정이야.

음식의 빛깔과 향이 좋으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한입씩 맛을 보고 말을 걸지. 1:1 대화를 하기도 하지만 1:다 혹은 다:다의 대화도 가능해. 향이나 빛깔에 비해 맛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향이나 빛깔은 그저 그런데 오래 보면 볼수록 맛이 우러나는 그런 음식도 있단 말이지. 음식이 동이나면 사람들은 또 다른 음식을 찾아 떠나고 나 역시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다른 사람이 차려놓은 음식 맛을 보러 다니기도 해. 그러다 다시 음식이 마련될 때 좌판을 벌이면 돼.


말하자면 이 곳에서는 누구나 호스트이자 동시에 게스트인거야. 주와 객이 고정되지 않음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지. 파티장엔 아주 친한 친구도 있고 친구의 친구도 있고 그냥 아는 사람도 있고 이제 알게된 친구도 있고 (어쩌면) '알수도 있는 친구'나 (어쩌면) '몰라도 괜찮았을 친구'도 있지만, 사람들은 굳이 구분하지 않고 그냥 통틀어 '페친'이라고 불러. 이 곳에서의 교류는 간편하게 시작해서 복잡하게 진행되기도 하고, 비밀스러운 방 안으로 초청되기도 하고,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찌르다가 혼이나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단한 순간에 특정인을 날려버리는 걸로 끝을 맻기도 해. 물론 내가 날아갈 때도 있지. 아, 내 마음대로 그 특정인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건 아니고 보이지만 않게 만드는거야. 그건 참 매력적인 기능이지. 내 눈에서만 안 보일 뿐 다른 사람 눈엔 여전히 보이니까 큰 죄책감 같은 건 갖지 않아도 돼. 별 하나가 폭발했다고 해서 온 우주가 숨을 멎는 건 아니니까.  


친구가 많으면 많을 수록 다른 은하계가 보이기 시작해. 그건 호기심인 동시에 절망이기도 해. 세상엔 이렇게 많은 잠재적 친구들이 존재하는데 평생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어. 만일 니가 더 넓은 우주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친구를 사귀어 봐. 그래봐야 5천명이야. 아마 5천명 까지 친구를 사귀었다고 해도 니가 기억할 수 있는 친구는 3백명을 넘지 못할거야. 그러니 4천7백명은 사실 유령이나 다를게 없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이 파티장은 상상도 할수 없을만큼 거대하고 그래서 영원할 것 같은 생각도 들지만 글쎄 그래봐야 전원이 나가버리면 한 순간에 모두 날아갈 허상들 아닐까. 허상위에 우리는 존재하고 그 종잇장같은 존재의 기반위에 관계하는거지. 그러니 존재나 관계 따위에 지나친 에너지를 쏟거나 영원할 거라 착각하지 말자구.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거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면서 수다나 떨다가 말이야. 전원이 꺼지면 정말 니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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