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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너 May 15. 2016

'느슨한 가족'이 답이다.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The Family Fang, 2015) 후기

1. 원작은 「The Family Fang」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5월 12일 개봉되었다. 케빈 윌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이다. 니콜 키드먼이 나온다. 가족과 예술에 대한 내용이다.      


2. 위 1번에 나열된 정보 중에 내가 티켓을 구입하기 전에 알았던 것은 ‘니콜키드먼이 나오는 영화’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그 시간에 볼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봤냐고? 글쎄, 아무도 없는 주말, 집에서 혼자 딱히 할 일이 없었거든.       


3. 가족영화다. 제목은 조금 그렇지만 가정의 달 5월에 개봉하기 맞춤한 영화인건 틀림없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가족의 해체’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부부간의 이별이 아니라 혈연관계인 부모 자식 간의 이별이다. ‘이혼’은 혼인관계에서나 가능한 건데 부모자식간의 관계절연을 ‘이혼’이라고 표현한 건 ‘이혼’이라는 단어에 내재된 갈등과 화해의 한국적 정서를 끼워 넣어 관객한 명이라도 더 끌어보겠다는 배급사의 의도된 실수 같았다. 그냥 <부모와 이별하는 방법>이 더 나았을 것 같다.      

4. ‘부모와의 이별’은 어떤 경우에 가능할까. 어느 한 쪽의 죽음으로 인한 비극적 이별?, 전쟁이나 천재지변에 의한 생이별?, 그런 게 아니라면 고려장이나 살부 같은 패륜이나 분노한 아버지가 자식을 ‘호적에서 파내는’ 가부장 사회의 극약처방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쨌거나 문명사회에서 목숨을 부지한 상태로 또, 평화적으로 부모와 헤어질 수 있는 방법은? ... 없다. 사실 그게 비극일지도 모른다.      


5. 부모는 자식에게 자기 방식의 사랑을 쏟아 붓는다. 먹이고 입히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물려주기 위해 애쓴다. 전전긍긍하며 자신의 삶을 불쏘시개 삼아 아이의 미래를 밝히려든다. 보통은 아름다운 희생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만약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그 확신이 반사회적이라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생각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장애가 되는 편견과 독선이라면? 부모의 삶에 자식들이 이용된 것이라면? 과연 부모의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지향이 독립된 자신의 그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이미 선택의 시기를 한참 지나쳐왔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 대책 없는 아버지는 한 술 더 떠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널 망쳤다고 생각하지? 너희들도 애들 생기면 그들을 망치겠지. 그게 부모야. 그게 뭐?"     


6. 그런 점에서 가족관계는 징글징글하다. 영화 포스터의 카피처럼 ‘결코 바꿀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게 바로 가족일 확률이 높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을 주는 존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희생을 강요하고 미화하고 합리화한다. 영화에서 팽씨 가족의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의 주인공 ‘애니’(니콜 키드먼)와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은 행위예술을 하는 괴짜 부모 밑에서 ‘아이 A’와 ‘아이 B’로 키워졌다, 부모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퍼포먼스에 동원되면서 자랐고 나중에 다 커서 독립된 예술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부모가 가진 철학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가진 아버지와 아버지에게 희생하며 살아온 어머니, 부모로부터 자유로운 예술가로 키워진 것 같지만 사실은 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며 비로소 독립적인 예술가가 되어가는 자녀들...행위예술가 가족이라고 해서 다소 낯설고 특이한 설정이긴 해도 그 안에 자리잡은 갈등구조는 우리 가정들과 다를게 없어보인다. 


7.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부모는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 서로 한 발 물러서고 조금 더 느슨해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혹시 우리는 훈육이라는 이름의 죄를 짓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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