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문구와 말랑한 다꾸템들
저에게 취향이 뭐냐고 묻지 마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의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다. 한때는 그런 걸 동경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분위기가 있고, 뭔가 있어보이고, 아무튼 나랑은 너무 달라 보였으니까. 나는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취향을 가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너무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른쯤 되니 나는 그런 나를 대충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우선 말이 많다. 다꾸를 주제로 이렇게까지 글을 쓰는 걸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외국에서 스몰톡을 하는 순간에도 부끄럽기보단 말할 상대를 만나서 신이 났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같은 일기를 여러 스타일로 여러번 쓰기도 한다. 하루 일정을 체크하는 다이어리에 메모로 남긴 걸 일일 일기로 쓰고, 블로그에도 쓰고, 노션에도 쓴다. 반복 되는 걸 쓰는 건 매일 하기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둘째로 나는 대부분의 것들에 금방 질리고 관심사가 자주 바뀐다. 앞 선 글에도 적었듯이, 나는 아주 감성적인 다꾸부터, 키치, 하이틴, 흑백, 스크랩, 오밀조밀한 스티커로만 꾸미기, 6공, 10공, 무지, 3공 등 온갖 다꾸를 다 한다. 그건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취향이 뱅뱅 돈다는 걸 의미한다. 그 덕분에 다꾸를 지금까지 죽 이어올 수 있었으니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에 빠진 건 단단한 문구들이다. 거의 무지에 가까운 정갈한 다이어리에 도형 스티커로만 꾸미는 건 뭐랄까, 내면이 단단해지는 기분이 든다. 올해 남은 시간동안은 해야 할일들이 아주 많아서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 보다는 일정을 정리하는 데에 집중해야한다. 그래서 이런 문구들을 사용하면 세워둔 계획을 좀 더 잘 지킬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짐이나 생각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일정을 확인하는데에도 용이하다.
반대로 다꾸를 위한 다꾸를 할 땐 내 자신이 말랑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쌓여 있던 일들을 모두 끝내고 기분 전환을 위해 스티커들을 붙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실이 단단한 사람과 얼렁뚱땅 말랑한 사람. 두 사람 다 내 모습이고, 이 취미생활을 통해 나는 그것을 명확히 확인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를 좋아한다. 취향을 물으면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앞으로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