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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와뽀빠이 Aug 08. 2024

다문화가정 해외살이

언어 몇 개까지 할 수 있니?

우리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듣는 첫 번째 질문 중 하나인 "아이들은 무슨 언어를 해?"였다. 


자, 여기서 우리가 각자 할 수 있는 언어를 한 번 나열해 보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 나는 한국어


스위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편에게는 

-스위스 독일어(독일에서 쓰는 독일어랑 다름)

-독일어(공식적으로 써야 할 경우)

-이민 가신 지 50년이 넘으셨지만 태생은 홍콩이라 시부모님과의 주언어는 광둥어


우리가 처음 만나서 연애 때부터 결혼초기까지 쭉 유지했었던 중국어(만다린)

결혼 후 온 가족 대화의 원활함을 위해 영어


지금까지 여러 언어들을 거치고 있고,


고학년이 되면 의무적으로 제3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환경의 특성상(스위스 공용어-독일어/프랑스어/이태리어/로만어) 5학년부터 프랑스어를 배워야 하기도 하다.


삼중언어의 환경에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는


엄마인 나는 한국어

아빠인 남편은 스위스 독일어

학교에서는 독일어/영어

집에서 다 같이 영어를 쓰는 환경이다.


임신과 출산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이중언어관련 책을 읽어 보았고, 다른 다문화가정 선배들의 조언과 경험들도 많이 들어보고, 비슷한 사례들도 찾아보고(엄마와 아빠 언어가 다름 + 제 3국에 거주), 유튜브도 많이 찾아보고 했지만, 결론은 아이들마다의 역량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언제난 그렇듯 결론은 '육아에 정답은 없다'이다.


그렇지만 나의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면 한부모 한언어가 속도는 느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엔 맞아떨어졌다. 첫째의 경우 한 언어 아이들의 경우처럼 말이 빨리 트이지도 않아서 조급해지기도 했고, 부부는 서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서로 각자의 언어를 못함), 그래서 간혹 오해도 발생하지만(물론 지금도), 아이는 두 돌이 지나면서 한국어/영어/독일어 세 언어가 골고루 잘 성장하였고, 지금도 잘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 세 가지 언어가 뒷받침될 수 있게 무한히 많은 노력과 시간과 눈물이 필요하다. 


살고 있는 환경이 주언어가 영어이기에 이 부분은 특히 걱정하진 않았고,


-엄마/아빠 각자의 언어로 잠자기 전 책 읽어주기(단점은 각 언어에 배정되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두 배로 소요됨)

-엄마/아빠의 나라에 주기적으로 방문하기(언어는 물론 문화 체험도 필요함)

-각 나라에 친구 만들어 주기(보통 부모의 친구 가정의 또래 친구들)


사실 세 가지 언어 중 가장 걱정되었고, 여전히 걱정되는 엄마의 모국어 한국어의 유지. 


영어는 늘 사용하고,

독일어는 학교에서 90% 수업하지만,


한국인들과의 교류가 전혀 없고, 오로지 나를 통해서만 한국어를 접하는 아이들에게 한글 교실도 보내봤지만, 본 학교보다 훨씬 학습적인 분량이 많고, 수업 후에도 많은 과제에 치여, 즐기기보다 한국어를 거부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내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제 그만 가르칠까 하는 고민만 수백 번 하다가, 여기에도 있는 학습지 방문으로 바꾸고 난 후에서야 아이는 본인만의 속도로 한국어를 접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해외 사는 웬만한 한국인 가정(한국어보다 영어를 중시하여 한국어를 교육받지 않는 아이들)의 아이보다 유창한 한국어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간혹 만나게 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 "아이들 한국어 너무 잘해요!"라는 칭찬받을 때마다 하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한국어를 놓지 않기 위해 애썼던 나의 시간들이 보상받는 듯하여 뿌듯하고, 그만큼 고생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짠하고 늘 만감이 교차한다. 


해외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했더랬지. 반쪽뿐이지만 한국인의 뿌리를 지켜주고 싶고, 내 유년시절 행복했던 조부모와의 기억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나의 부모님과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고, 사춘기가 오더라도 나와의 대화가 한국어로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늘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 말 쉽지 않다. 더하여 둘째는 첫째와는 캐릭터가 너무 극과 극이기에 배움의 속도와 성향도 다르다. 그럼에도 난 오늘도 여전히 한국어로 아이들과 대화를 유지해 보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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