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땀 흘리며 뛰어놀면서 배우는 거지.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학령기의 나이가 되면 아니 그전부터 세상 모든 엄마들이 우리 아이에게는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멀지 않아 타인의 관점에서 느끼는 best는 내가 생각하는 best 하고는 다른 관점이란 것을, 남들 다하는 교육이 아닌, 내 아이의 성향에 맞춰주는 게 best임으로 곧 마음 바꾸었다. 타국이기에, 외국인으로서 배워가는 입장이었기에 또는 비교하는 그룹 문화가 아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에게는 다른 option은 없었다. 언제든지 스위스로 돌아갈 계획을 하고 있기에, 남들 다하는 school tour/open house 가본 적 없이 바로 스위스 학교로 정했다. 유명한 국제학교들은 많고, 인기 많은 학교들은 대기도 길고 시험도 봐야 한다지만 우리가 보내는 학교는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소규모의 정글 속에 자리 잡은 아담하고 아주 예쁜 학교다. 적어도 신랑이 학교 교정을 둘러보며 본인 학창 시절 그대로의 나무 책상/아담한 교정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니 어느 정도 스위스 느낌이 나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매년 학교의 모토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는 다름을 존중하고 각 개인의 인성과 더불어 함께하는 통합을 더욱 중시하는 교육 과정인 것이다. Preschool부터 kindergarten까지 놀이터/모래놀이/수영 등 하루 한 시간은 무더운 동남아 날씨 속에서도 꼭 야외활동을 필수로 하는 하루 일과표이다. 그 당시 교장 선생님이 orientation에서 아이들이 아무것도 안 배운다고 오해하지 마시라며 놀이를 통해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던 게 non-swiss인인 나로서는 그 멘트가 한동안 잊히지 않았다.
정말로 초등학교 갈 때까지 연필을 잡는 일(학습적인)이 거의 없었다. 원형으로 의자에 둘러앉아 토론 수업을 하고, 자유롭게 바닥에 눕거나 빈백에 앉아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교실 안에서 정해진 자유시간 안에 스스로 알아서 놀잇거리 찾아 놀거나 책 읽거나 하며 자기 주도적인 생활습관을 길러 주었다. Parents-teacher meeting시간에 갔을 때 선생님의 feedback은 어느 친구와 잘 어울리는지, 스스로 기본적인 활동(예를 들어 옷/신발/양말 신고 입기), 혼자 등교 준비하는지, 다른 친구를 배려하며 양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학습적인 feedback을 기다리던 내가 상담이 끝날 무렵 겨우 용기 내어 물어본 거 외엔 딱히 언급을 하지 않으셨다.(이 조차도 tiger mom인상을 심어줄까 싶어 최대한 에둘러 물어보았다.) 단지 선생님이 색연필/펜 잡는 법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우리 아이가 정확하게 잘 잡는다고 칭찬하시며 혹시 집에서 가르쳤냐 물어보셨다. 한국 교육열도 만만치 않고 지인들 통해 듣는 것도 있는지라 이맘때 아이들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한다던데 하는 그런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집에서라도 내가 가르쳐야 하나 하는 내적 갈등이 수 백번씩 있었지만, 항상 "괜찮아 , 때 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나도 그렇게 컸어."라며 내 갈대 같은 마음을 항상 다잡아 주는 신랑이 있었기에 아이들을 진짜 신나게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며 그 시기를 무난히 넘겼다.
물론 초등학교로 입학을 하니 유치원 생활일 때보다는 정해진 틀이 생기긴 했다. 나름 숙제가 생겼다. 그래봐야 하루 5-10분 정도의 분량. 초1 아이들이 책상에 앉아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최대치라며 그 이상은 할 필요가 없다 하셨다. 10분 안에 못 끝내면 어떻게 해야 하는 나의 질문에 스스로 time managing 하는 과정을 배우는 아이가 되길 원하세요, 배우는 과정 없이 결과만 중요하면 되는 아이로 키우기 원하세요 라는 두 선택지를 주시며 선생님은 역으로 나에게 물어보셨다. 그렇게 1년간의 반복되는 훈련으로 숙제를 스스로 알아서 시간 안에 끝내는 아이가 되었다. 물론 초반에는 그 과정이 순탄치가 않았다. 책상에 앉아 딴짓하며 놀다가 10분이 지나도 끝내지 못한 숙제를 접으라 했을 때 끝까지 하겠다며 고집 피우던 아이에게 왜 끝내야 하는지를 설명하기를 반복하던 날도 있었더랬다. 2학년이 되니 일주일의 숙제를 월요일에 내주고 스스로 본인의 능력에 따라 분배하여 금요일까지 끝내야 하는 단계로 자기 주도성이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신기하리만큼 아이는 스스로 분배하는 능력이 생겼고 내 도움 없이도 잘 해내고 있다. 또한 여전히 중요시하는 함께하지만 다름을 배워가는 과정의 일례로 아이들이 의견 다툼이 생기면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는 게 아니라 상담 선생님에게 해당 아이들과 각 반 대표 peacemaker가 같이 가서 왜 언쟁이 있었는지, 이 상황을 좋게 발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정을 하고 몇 주 후 그 아이들을 다시 불러 지금은 상황이 어떠한지,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 본다. 각기 완전하지 않은 다른 인격체들이 만나 배워가며 시행착오를 거치고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과정이라 생각하는 듯하다.(사실 이 또한 첫째 아이가 친한 친구와 겪은 언쟁이 해당사항이 되어 경험을 했기에 이런 제도가 있구나 했다.)
물론 여전히 학습적인 부분이 타 국제학교에 상응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단 한 번도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고, 방학이 되면 학교에 가고 싶고, 친구와 선생님들이 그립다고 하는 아이들을 보면(이건 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유년시절/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구나 생각이 들어 엄마로서는 그냥 마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