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투성이 삶 속에서 우리는
안진진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와 그녀가 자신의 결혼 상대를 찾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소재는 쌍둥이, 만우절, 연애, 결혼, 모순, 우연이다. 시대적 배경은 1990년대이다.
양귀자의 혜안이 빛나는 삶의 보편적 특성이 담긴 문장이 많이 나온다. 예컨대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와 "또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런 문장들은 정확하게 인생의 진리를 꼬집는다.
어떻게 이런 환상적인 어휘를 구사할 수 있을까? 작가 노트에 보면 양귀자는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면 잊기 전에 메모하느라 글씨가 엉망인 채로 쓴다고 했다. 또 무언가 떠올랐는데 메모하기 전에 잊어서 운 적도 있다고 했다. 이런 피나는 노력 덕에 많은 독자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거 같다.
모순이란 무엇인가?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소설의 내용 중 모순과 삶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이다.
안진진은 모순이 혼재된 일상을 사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일란성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다. 어머니는 거친 풍파를 겪으며 산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이러니하게도 고난이라는 예방주사를 맞고 나날이 굳건한 삶의 용사로 거듭난다. 반면 온실 속 화초처럼 사는 부유한 이모는 갑작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자살을 한다.
양귀자의 소설 중에 <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 이 있다. 등장인물 배우 백승하의 어린 시절 그가 살던 동네의 양공주 노랑이가 있었다. 노랑이는 미군에게 독한 매질을 맞으면서도 돈을 위해 견뎌낸다. 다른 여자들은 버티지 못한 매질을 수개월 맞다 나중에는 병에 걸린다. 이는 <모순>에 나오는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모순을 잘 설명한다.
소설 마지막에서 안진진은 자신에겐 없는 것을 나영규에게 구하기로 한다. 그건 과연 무엇일까? 그의 부유함일 수도 있고 자신이 시간을 장악하는 거 같다는 넘치는 자신감이나 성실함일 수도 있다. 혹은 전부 일지도
안진진은 삶은 탐구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고 일 년 전 생각을 수정했다. 두 가지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왜 생각을 바꾸었을까? 진진은 후자보다 전자에 놓인 것이 더 우선순위로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을 바꾼 계기는 이모의 자살이다. 이모의 자살은 그만큼 진진에게 가슴을 헤집어 놓은 듯한 잔인한 상처이다.
그녀는 자신이 모순을 통해서 더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모순은 부조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순을 통해서도 배울 점이 있다.
득과 실을 지닌 모순은 우리와 어우러져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진진의 말대로 어떤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자유 의지이다. <모순>은 통속 소설을 넘어서 삶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철학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