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의 글쓰기

by 강새봄 레지나

주부로써 열심히 살았고 아이들이 세 명이라는 핑계로 책은 전혀 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2020년쯤 아이들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독서 모임이 있었다. 유익해 보여서 신청했다. 각양각색의 회원들을 만났다. 명문대 나오신 분, 매번 책 안 읽고 오시는 분, 책은 좋아하지만 발제를 잘 못하시는 분, 에세이 한 편 출간하신 작가님, 그중에서 k는 나와 같은 주부였지만 내 독서력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분이 추천한 책은 아직도 생각이 나는데 그리스인 조르바, 인간실격, 깊은 강이었다. 그 당시 이런 책들은 전혀 내 취향도 아니고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k에게는 주특기가 있었으니 바로 글쓰기였다. 나는 글의 ㄱ자도 써본 적이 없었으니 독서 모임에서 발제할 때 짧게라도 감상문을 써보자는 k의 말에 아연실색했다. 그러면서도 책 읽기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때 모임에서 했던 책 중에 기억나는 건 봉순이 언니와 마당 깊은 , 안젤라의 재이다.


모임을 계속하다 보니 글도 조금씩 쓰게 됐고 책 중에는 서양 고전(소설)에 빠졌다. 닥치는 대로 엄청나게 읽었다. 거기에 더하기 나의 독서 생활에 시너지 효과를 냈던 건 네이버 카페였다. 서평 쓸 책을 신청해 선정되면 무료로 책을 받고 대신 글을 써야 하는 그런 구조였다.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니 너무 매력적이었다.

신청하면 거의 선정되니 멈출 수가 없었다. 점점 책욕심이 늘어났다. 신기한 일은 글을 쓸수록 실력이 늘었다. 퇴고도 많이 하는 편인데 퇴고를 할수록 글이 좋아지니 그만둘 수가가 없었다. 하다 하다 정 지치면

그제야 글을 올렸다.


이렇게 살다 보니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책 읽고 글 쓰는데 할애했다. 가족들은 책만 읽는 나를 프란츠 카프카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 취급을 했다. 나는 암묵적인 가족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게다가 스스로도 책을 무료로 얻는 것 외에 돈벌이까지는 안되니 자연스레 흐지부지 다.


그 후 이사를 하고 회사를 다녔다. 당연히 책 읽기와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과거에 열심히 책 읽고 글 쓰던 일이 너무 먼 일처럼 아득했고 점 점 희미해졌다, 스스로 봐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글쓰기를 멈추니 능력도 퇴보했다.


이런저런 사정들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이번엔 우리 동네 도서관에 독서 모임이 있었다. 날짜와 시간이 다른 두 개의 모임이 있었는데 모두 다 활동했다. 이전 습관이 있어서 모임날 꼭 서평을 써갔다. 회원들이 잘했다고 치켜세워주니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점핑과 줌바를 하는 나는 어떠하겠는가


그러다가 브런치를 알게 되고 작가가 되고 나서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보니 글을 잘 쓰시는 분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는 글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보다 쓰면 쓸수록 어렵던데.... 마치 시골쥐가 서울에 올라온 기분이다.


그렇지만 많은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나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졌다. 하얀 종이에 글을 써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기한 글쓰기는 쓸수록 어렵기는 하나 나에게 큰 행복을 주는 것 행위 중에 하나이다. 브런치에서 부지런히 읽고 써서 현재보다 미래의 나는 필력이 많이 성장하기를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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