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인간과 다른 종족 같은 공포스러운 벤

by 강새봄 레지나

도리스 레싱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런던 스케치>였다. 여러 단편을 모아 놓은 책인데 그중에서 <데비와 줄리>가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다음으로 읽은 그녀의 책은 <다섯째 아이>이다. <다섯째 아이>는 <다락방의 꽃들> 이후로 가장 충격적인 책이다.


해리엇과 데이비드 부부는 천생연분이고,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많은 아이를 낳기를 원했다. 실제로 네 번째 아이까지는 그랬지만 다섯째 벤은 달랐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힘이 세고 혐오스러운 외모를 지녔고 괴기스러운 행동을 한다. 정황상 벤이 애완동물들을 목 졸라 죽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드는 일들


결국 벤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가족들은 위협을 느끼고 그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요양원으로 보낸다. 그 후 해리엇이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그를 데려온다. 그는 성장해서 불량배들과 어울려 범죄자가 된다.


해리엇이 벤을 요양원에서 데려오지 않고 다른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두 눈 질끈 감고 가슴속에 벤을 묻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그녀 내면은 폭풍의 한가운데처럼 소용돌이치며 괴로워했을지언정 겉으로는 이 가정은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 요양원에서 벤은 구속복을 입은 채 대소변이 그 안에서 짓 니겨졌다. 정체불명의 약을 주사해서 혀는 나와있고 의식 없이 굶주린 채로 서서히 죽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벤을 데려 온다. 다른 가족들의 싸늘하고 차가운 시선 암묵적 비난과 날이 선 원망이 쏟아졌다. 그녀는 묵묵히 그 모든 비난을 엄마이기에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인내한다. 가족들 절대다수의 행복보다 벤의 생명권은 우선시되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열렬한 응원을 할 수 있다. 해리엇 당신은 너무나 힘든 결정을 했지만 옳은 선택을 했고 가슴이 시키는 일을 했다고.. 나도 엄마이기에 해리엇의 선택에 눈물이 났다.


벤은 성장해서 범죄자 집단에 일원이 되자 내 머릿속은 너무나 복잡 해졌다. 혼란스러웠다. 벤을 요양원에서 데려온 건 분명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가 범죄자가 됨으로써 해리엇은 자신의 책임을 사회에 전가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걸 방관한다. 물론 그녀는 벤에게 범죄자가 되라고 시킨 적도 없고 요양원에서 데려올 때는 벤이 자라서 범죄자가 될지 몰랐다. 그녀도 어떤 측면에서는 피해자이고 그녀의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벤이 점점 자라면서 그녀는 어느 정도 그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소설 속 허구가 아니고 어떤 가정에서건 실제 로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도대체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가? 격세유전일까? 아니면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행복한 미래를 굳건히 믿고 의심하지 않아서 그들 부부들 단죄하기 위한 신의 가르침이었을까? 아니면 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우연히 일어난 불행이었을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 <다섯째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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