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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정 Nov 17. 2023

축복받은 중등맘의 행복한 여행기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날씨 비 온 뒤 쌀쌀함

 “샬로텐 슈트라쎄 (Charlottenstrasse), 찾았다. 저기 저 건물이야.”

 “어, 여긴 우리나라처럼 대학교 캠퍼스가 없나 봐. 큰길 가까이에 학교 건물이 바로 있네.”

 “좀 다르지? 우리 학교 안에 잠깐 들어갔다가 몸 좀 녹이고 가자.”

 밤 새 비가 내려서 인지 화창하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었던 어제와는 달리 바람도 제법 불고 무척 쌀쌀하다. 오늘 베를린 최저 기온 7도, 최고 기온 10도. 독일의 11월 날씨는 같은 기온 한국보다 더 쌀쌀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차가운 바람 때문이겠지. 1층 자판기에 있는 핫초코를 호호 불며 종이컵을 통해 손으로 스며드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오늘의 일정이에요.”

 “응.”

 “오전에 엄마 학교 방문 후에는 베를린 돔, 체크 포인트 리, 베를린 장벽......”

 “Guten Tag, Herr Schmitt”

 첼로케이스를 매고 환한 얼굴로 학교 경비아저씨께 인사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급히 걸어가는 금발머리 소녀 모습 속에서 갑자기 예전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베를린에 도착한 지 이틀째. 하지만 한 달쯤 된 거 같다. 아이가 엄마 공부한 독일이 궁금하다고 가보고 싶다고 학기 중 체험학습을 쓰고 나왔다. 짧은 기간 안에 되도록 많은 곳을 보기 위해 일정을 조금 빡빡하게 잡았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만하임과 함부르크를 다녀올 예정- 뿐 아니라 파리에도 들릴 예정인데 너무 무리한 일정이 아닌가 싶다.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지도 않은 채 먼저 요양병원에 계신 고모부를 뵙고 왔다. 말씀은 많이 없으셨지만 연신 아이의 손을 만지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다. 고모는 집에 혼자 계시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식사를 잘 챙겨 드신다고 하신다. 감사하다. 일주일 전 영상통화 때 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이셨다. 고종사촌 큰 언니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마중 나와 줬다. 숙소에서 시간 가는 줄 도 모르고 이야기보따리를 풀다 늦게 집에 들어가서 많이 피곤할 텐데 전화 한 통화해 봐야겠다. 주말엔 형부들과 조카들도 다 같이 만나기로 되어있다. 지난번 보내 줬던 사진보다 더 컸다고 하는데 고심 끝에 골랐던 수면잠옷이 작을 거 같아 걱정이 앞선다.


 아이가 중2가 되니 스스로 여행 계획도 세우고 맛있다는 식당들도 찾아본다. 편하다. 20년 전 그때 감성으로 돌아가고 싶어 지도를 따로 준비했다. 아이는 부지런히 표시하면서 오늘의 일정들을 확인해 준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주도적인 아이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론 너무 빨커버린 것 같아서 무척 아쉽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 같다. 초등학교 때는 매번 확인하고 챙겨주기를 반복했다면 이젠 혼자 알아서 챙긴다. 오히려 깜박깜박하는 나를 챙겨준다. 엄마를 챙겨주는 아들이라니. 기특하다.


아이는 초3 때부터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은경 선생님의 <브런치프로젝트>를 통해 ‘엄마작가’를 시작하면서, 그 모습을 본 아이가 자극을 받아 적극적인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솔직히 중학생 치고 꽤 잘 쓴다. 이 모든 것이 이은경 멘토 선생님 덕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변했다. 브런치 초반에는 글 하나를 작성하기까지 정말 고민에 고민을 하며 시작하기 막막했다면, 이제는 아이의 수행평가 글쓰기 봐줄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엄마 장했다. 려운 미로 찾기를 풀어내는 아이처럼 글쓰기를 할수록 뿌듯하고 행복하. 무엇보다 아이에게 맞는 책도 추천해 줄 수 있는 안목 생겼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이 읽는 책 보다 조금 수준 있는 책들을 보는데, 이 모든 것은 불가 5년 전에는 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엄마, 엄마. 무슨 생각하고 있어? 이제 움직여 보자. 엄마가 살았던 동네와 다녔던 교회도 오후에 가보려고. 그 튀르키예 아저씨네 과일집이랑 빵집이 아직 있는 지도 본다며.”

 “그래. 목사님과 사모님께도 인사드리고, 그 튀르키예 아저씨네 예수님 믿게 됐는지도 궁금하네. 가자.

*<슬초부모 성장클래스> 브런치 프로젝트 2기 과제 중 <나의 5년 후 모습 상상하여 적어보기>였습니다. 5주 차까지 이끌어 주시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진촬영 : Hee Jong Tiet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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