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적어 둔 뻬흐쥬는 리옹 근처의 작은 마을이었어요.
제법 언덕에 있었고, 그 작은 마을을 둘러싼 담벼락들이 성곽처럼 느껴졌죠.
버스를 타고 도착했었는데 오전쯤 도착해서 점심 전쯤 도착했었겠다, 라는 것만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있어요. 왜냐면 이른 시간에 움직여야 했던 기억과 한 바퀴 돌고 나니 배가 고파졌고, 크레프와 시드르를 사 먹었던 건 분명하게 기억되니까요 ㅎㅎㅎ
골목골목 리옹과는 다르게 좁고 오밀조밀한 맛이 있었는데,
그러다가 만난 아이들의 목소리. 몇 살쯤들 되었을까. 유치원 정도?
집에서 입고 나왔을 옷 위로 선생님이 입혀준 형광 조끼를 잘 챙겨 입고 모여 앉아 있었어요.
아니, 앉아 있는 아이도 있었고, 엎드려 있는 아이도 있었고, 서있는 아이도 있었죠ㅎㅎ
각자의 방식으로 그 공간에 머물러 있는 걸 보면서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그림이에요.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종이 한 장에 가장 많은 사람들을 그려넣어볼 수 있었어요.
사진은 그 순간을 기억해보려 찍기도 하지만, 의도가 없이 그냥 찍은 사진도 분명 있는데
이걸 그리고 난 이후로는 여행을 가서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더 많이 찍곤 해요.
그러다 보니 그릴 그림은 더 많아지고, 이미 그려두어 브런치에 글과 함께 업로드할 그림도 많은데,
머릿속의 방에 그 낱장들이 차곡차곡 싸여있는 느낌이랄까요.
아니, 차곡차곡은 아닐 거예요. 널브러져 뭉태기로 간신히 쌓여 있을게 분명할 테니까.
ㅋㅋㅋㅋㅋ
어찌 되었든 그것들을 정리해야 할 테고, 그 방식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거나 / 그림을 보고 글을 쓰거나 일 텐데
모처럼 여유가 생겨 둘 중 뭘 해볼까, 하다가 오늘은 글을 쓰는 걸 택한 거죠.
꾸준해져 있지 않은 자신이 찔리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내가 내 시간을 내어서 하는 일에 둘 수 있는 '꾸준함'이란 단어는
여타의 뜻과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뭐 이런 뜻보다는
살면서 놓지 않을 것, 에 대한 꾸준함이랄까요.
사람마다 그렇게 가질 수 있는, 갖고 있는 꾸준함이란
그림 속 아이들의 포즈만큼 제 각각이겠죠.
그래서 제목에는 각각의 사람(것)/저마다/각자 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 단어를 적어두었어요.
당신의 꾸준함은 무엇인지 묻기 전에
나의 꾸준함을 말해줄게요.
여행을 다니는 것,
사진을 찍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글을 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