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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Nov 30. 2023

잠자리를 탄 악마

망상과 사실 그 사이 어딘가

    

동생 : 누나는 잠자리위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하나?

나 : 무슨 소리야??


동생 : 말 그대로, 잠자리 위에 악마가 있다고 생각해?

나 : 아니 없을 것 같은데, 애초에 악마가 있다는 생각도 안하고 있다해도 그게 왜 잠자리 위에 있어?




저 날은, 우리 오누이가 둘이서 맥주를 마신 날인데, 둘이서만 뭘 하는 일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없다시피 한 일이였다. 동생이 군에서 휴가를 나온 지라, 가족 모두 다함께 저녁을 먹은 뒤 내가 맥주 한잔 우리끼리만 하자고 데리고 나갔었다. 


맥주를 한 잔 마셔서 일까, 휴가를 나와서일까, 동생은 세상에 이렇게 웃긴 일은 없다는듯이 환히 웃으면서 잠자리 위에 탄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잠자리 위에는 조그마난 악마가 앉을 수 있는데, 모든 잠자리마다 악마가 앉아 있고, 그 악마가 잠자리를 조정할 수 있고.. 어쩌고 저쩌고..


듣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을 짜르고 내가 물었다.


그래서 그 악마 위에 잠자리가 있다는 주장을, 너네 부대원에 있는 누군가가 한다는거지?

아니~ 그 당연한 사실을 부대원들이 모르더라니까? 그래서 아까 말한 것 처럼 설명해줬어. 다들 바보들밖에 없나봐.


동생은 마치, 1+1 은 당연히 2라는듯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졌다. 혹시 만화 속 스토리를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거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꿈을 꾸고 있나?, 아니면 동생이 술이 너무 많이 취했나?



지나치게 혼란스러워져서, 벙찐 표정이 된 나를 보며 동생이 낄낄거렸다.

뭐야, 누나도 몰랐구만! 왜 이걸 몰라!



그제서야 나는, 얘가 나를 놀리려고 한 얘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저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고 있을 애가 아니지.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사이, 대화 주제는 다른 곳으로 넘어갔고, 그냥 이 대화 자체 잊어버리려고 애썻다.







동생은 정말 착한 아이였다.

어렸을 때 부터 공부를 엄청나게 잘 한건 아니지만, 곧잘 했고, 흔한 싸움/문제 한번 일으킨 적이 없었다. 수능을 친 이후에는 국립대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갈 정도는 되었었고, 기숙사 역시 장학혜택으로 무료로 들어갔었다.


기숙사에 살면서 한달에 한번쯤은 본가에 왔었다. 그리고는 불평 불만을 쏟아 내길 일 수 였다. 같이 방을 쓰는 ㅇㅇ형이 있는데, 그 형이 괴롭힌다. 같은 방의 ㅇㅇ이가 방을 더럽게 쓴다. ㅇㅇ이가 자꾸 나 한테만 뭐라 한다. 등등


무슨 말을 하겠는가, 힘들겠구나. 원래 다른 사람이랑 방을 같이 쓰면 좀 그래. 다른 방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옮겨봐바. 아니면 집에서 통학할래? 등등


동생은 굉장한 스트레스였었는데,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으나

우리집은 동생을 자취시켜줄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동생의 학교와 집은 1시간 거리였기에, 통학이 가능해서

차라리 집에서 다니라고 했는데, 그건 또 싫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아빠와의 문제가 있었다는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어째뜬,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에서 우리집에 직접 전화가 오는 일이 발생했다.

중,고등학교가 아니다. 대학교에서


내용은, 동생을 아무도 제지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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