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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끼 Nov 30. 2023

동생의 눈물

어리둥절

따르르르르릉


흘깃, 곁눈질로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다. 02로 시작하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

나 : 뭐야 스팸인가?


무시하고 계속 운전에 집중한다.


따르르르르르르릉


또다시 걸려오는 전화.

나 : 스팸치고는 집요하네.. 


다시 무시하고 계속 운전하면서 생각한다. 

은행이나 보험사나 뭐 어디 전화올때가 있나? 뭐 급한거면 문자 남기겠지



사실 이 날 나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평일에는 회사 - 집 을 반복하고, 주말에도 특근을 하고

가끔 너무 피곤한 주말에는 잠만 잤다.


그런 삶을 몇 년 식 살다 보니, 갑자기 이천에서 막 지은 쌀밥이 먹고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생긴, 하고싶음/먹고싶음/갖고싶음 의 욕구 였다.

오랜 타지에서의 자취생활. 이제는 내가 해먹는 밥도, 사먹는 것도, 그리고 매일 똑같은 회사 밥도 모두 다 싫었다.

집에서 목적지까지는 대략 60km.. 편도 한시간 반 거리.. 하... 그래 뭐, 까짓것 가자! 해서 

큰 마음 먹고 이천에 온 다음, 배부르게 밑반찬까지 싹싹 긁어 먹은 후 집으로 가던 길이였다.


따르르르르르르르르릉


세번째, 똑같은 번호. 이 정도면 스팸은 아니겠는데...?

결국 블루투스로 연결된 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나 : 누구세요?

?? : ....누나야..

나 : 뭐꼬 현수가? 니 폰은 우짜고?

동생 : (울먹이며) 내 지금 서울역이다..

나 : 뭐? 서울역은 와? 거는 왜 갔는데?

동생 : (계속 울먹으며) 내 너무 무섭다..

나 : 뭔데? 무슨일인데? 거긴 와갔냐니까? 돈 잃아뿟나?

동생 :(계속 울먹이며) 무섭다 누나야... 무섭다.. 우짜노..


나의 하나뿐인 동생.

키 185에 아주 건장한 체격을 가진데다가, 육군 병장 전역한 이십대 후반의 남동생이 

갑자기 울면서 무섭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나 : 잠시만 누나 운전중이라서 좀따 다시 전화할께 괜찮제?

동생 : (코를 훌쩍이며) 응응


어디든 차를 세울곳이 필요했다. 

남동생이 우는 장면은, 정말 어릴때나 보고 못 봤는데..

다 큰 성인이 무섭다고 전화 올 정도면 무슨 일인건가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걸 떠나서 서울역에는 왜 온거지? 그럼 나도 바로 거기로 가야하나?

머리속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우선을 차를 세웠다.

동생에게 전화가 오길 기다린 다음, 내가 자취하는 곳 주소를 다시 알려주고 오라고 했다.

차비가 없을까봐 입금을 해주고, 부끄러운 말이지만 과속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이 시점에서, 내가 동생을 정신병원에 보낼 수 있었으면

많은 것이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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