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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Aug 18. 2020

생각보다 더욱 힘든 쇼핑몰 사업

이런저런 푸념들

쇼핑몰을 시작하기 전 아닌 척했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의류뿐 아니라 좋은 상품을 잘 찾아냈고, MD였고, 사장님들 앓는 소리에 얼마나 힘든지 각오도 되어 있었고, 좋은 소재를 볼 줄 알았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팔고 싶은 이유가 아니었고, 유통 업계를 알았고(알긴 개뿔 맛 본 정도), 장사 경험(심하게 소박한)으로 인해 적성에도 잘 맞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곤 크게 후회했다. 왜 진작 관종 짓을 통해 인플루언서 먼저 만들지 않았던 걸까! 10만 팔로우는 되어야 겨우 벌어먹고 살 수준 된다는 지인의 조언을 가벼이 들은 걸까! 코로나 때문에 시기가 아니란 걸 알면서도 이 힘든 시기에 문을 열면 코로나가 풀릴 때쯤 탄탄한 기반이 잡혀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유튜브에서 온라인 장사를 종용하는 콘텐츠가 넘치고 있었다! 젠장!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마켓을 철저히 잘 브랜딩 할 수밖에 없었다. 인플루언서였다가 마켓 여는 분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 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솔직히 판매가 아예 안될 거라는 건 각오했다. 유입도 없을 거라는 것도. 그래서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더 전전긍긍해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는 몇 개 팔렸냐고 물었다. 간이사업자가 한 품목 기준 하루에 10개 택배가 나가면 잘 팔리는 거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한 내가 매일같이 택배가 나간다는 건 벼락 맞을 확률의 기적이다.


엠디로서 한 행사당 몇 천만 원의 매출은 껌 씹듯 찍어냈던 나는 소소한 그 수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작해보니 우리 사장님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장놈에서 우리 사장님으로 진화..) 내가 상대하는 사장님들은 최소 개인 사업자 이상으로, 내가 그렇게 끙끙 앓도록 알고 싶어 하는 네이버 쇼핑 1페이지에 상품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분들이다. 최소한 빅파워 이상. 이제는 빅파워라는 트로피가 얼마나 달기 어려운 것인지 몸으로 체험 중이다. 허구한 날 맞춤법 틀리고, 돈 많은 척 허세 부리시고, 100원 갖고 사람 들들 볶아서 피곤하게 하고, 광고비 몇만 원에 부들대던 분들이라 솔직히 몰랐다. 이게 상놈의 길이구나. 싫진 않다.


문제는 생각보다 공부할 게 산더미 같았다는 거다. 키워드, 노출, 네이버 로직, 원단 공부, 마케팅, 브랜딩, 촬영 기법 등... 단순히 상품을 업로드하고, 포토샵 하고, 택배 계약하고, 사업자 등록증 내는 것 외에 알아야 할 게 산더미인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에 4시간 남짓이다. 그마저도 헬스장을 갔다 오면 1시간 내외다. 매일 새벽 한 시에 잠드니 다음날 출근해서 피곤해 죽을 맛이다. 시작한 지 두 달 도 안됐으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니 안 되겠다 싶어 스터디를 만들었다. 공부를 하기에는 업데이트할 시간이 모자라다. 그런데 공부를 안 할 수는 없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100보 걸을 수 있는걸 10보 내딛는 기분이 든다. 성공의 길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두기엔 나의 고정 수입이 간절하다. 몇 십만 원 빠져나가는 것도 벌벌 떠는데 백수가 된 상태로 이 업에 온전히 투자하는 건 성격상 못할 것 같다. 이래서야 월 순수익 백만 원은 언제 달성하나 싶다. 시작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할 걸, 싶기도 한데 내 성향이 워낙 하면서 부딪히는 게 실행이 빠르기도 하고 공부하다 보면 망설여져서 시작도 못했을 거다. 이렇게 합리화는 늘어간다.


사업의 길은 지독히도 외롭다고들 한다. 이런 구질구질한 민낯을 공개할 수가 없거든. 미래의 투자처를 위해서라도, 잠재 고객을 위해서라도 항상 나는 잘 나간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하면서 겪는 고충들을 나누기가 어렵다. 공감하지도 못한다. 똑같은 300만 원의 수익이 나도 직장인 300만 원하고 다를 텐데 그렇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부디 이 매거진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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