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Oct 02. 2020

여성의류 3개월 차의 솔직한 후기

이제 운영한 지 약 3개월, 일주일에 한 번 주문 들어올까 말까 하던 것이 3~4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주문이 들어온다. 지금은 100% 이상의 재투자 기간이라 순수익은 없다. 매출 자랑 글이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부러워할만한 매출은 아니다. 유튜브든 책이든 운영한 지 얼마 만에 순수익 천만 원, 이런 콘텐츠가 즐비하는데 내 글은 거의 일기장에 가까운 기록용이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7월부터 매출이 발생했다. 첫 두 달은 일주일에 주문이 하나 들어올까 말까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업데이트했다. 물론 업데이트를 성실하게 매일 하나씩 하진 못했다. 9 to 6로 일하는 정규직이었기 때문에 퇴근 후 씻고 운동하고 책상에 앉으면 1~2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있다. 데일리 스탬프라는 앱을 통해 상품 등록 기록을 보니 주에 2~3회 정도밖에 업로드를 못했다.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운동 시간을 줄이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주 3회 이상은 반드시 운동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솔직히 매일 퇴근 후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상황이 힘들어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거나 친구와 함께 밥 먹고 노는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오만했다. 유통 구조를 알고 있었고 아웃바운드 영업과 도매 사장님들을 상대하며 깡다구도 생겼고 데이터 접근성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쇼핑을 다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로직 구조에 대해서는 다시 공부를 해야 했고 여전히 키워드는 어렵다. 우선 매출이 결과를 말해주었기에, 아무리 투잡이라고는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주문이 들어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 약간은 위축되었다.


셀러오션이라고 각종 온라인 판매자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가끔 여기에 올려주시는 매출 인증글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의류가 아니라서 그럴 거야, 합리화도 했다가 부러워도 했다. 사입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출 때문에 속앓이 할 틈도 없이 새벽 3~4시에 잠들고 9시까지 출근하는 상황을 쳐내기 바빴다. 9월에 접어들며 구색이 조금씩 갖춰져 갔고, 일주일에 한 번 주문 들어올까 말까 하던 것이 3~4일에 한 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달에도 지지부진했다면 조금은 우울했을 것 같다.


갑자기 어떤 상품이 빵 터져서 미친 듯이 주문이 들어왔다...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였으면 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투잡이니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분도 많은데 이 정도 시간 투자에 이 정도 결과라니.

지금은 투자하고 사입하는 비용이 많아 순수익은 없지만 끝까지 초심 잃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마켓 이미지 잃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보다는 내가 이 치열한 의류시장에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발전하려고 굳게 다짐해본다. 돈 욕심이 워낙 많아서 스스로 세뇌시켜야 한다. 주기적으로 내 스토어의 이미지와는 관련 없지만 '잘 팔리는' 상품에 시선이 끌릴 때가 있다. 이걸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어떤 상품과 어떤 이미지가 좋아 보이는지 구별할 줄 안다는 거다. 또 그간의 판매 현황을 보면 한 개 상품만 나가지 않고 고루고루 팔린다는 점, 1개 구매 고객보다 2,3개씩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한 상품이 엄청 많이 팔리지 않고서야 한 상품만 팔렸다면 그만큼 내가 상품 보는 눈이 잘못되었다고 여겼을 듯하다. 자영업은 평가시스템이 없으니 주기적으로 셀프칭찬해야 한다. 언젠가는 나에게 싸가지없게 굴었던 도매 거래처에 복수하는 그날까지 가늘고 길게 가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