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운영한 지 약 3개월, 일주일에 한 번 주문 들어올까 말까 하던 것이 3~4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주문이 들어온다. 지금은 100% 이상의 재투자 기간이라 순수익은 없다. 매출 자랑 글이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부러워할만한 매출은 아니다. 유튜브든 책이든 운영한 지 얼마 만에 순수익 천만 원, 이런 콘텐츠가 즐비하는데 내 글은 거의 일기장에 가까운 기록용이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7월부터 매출이 발생했다. 첫 두 달은 일주일에 주문이 하나 들어올까 말까였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업데이트했다. 물론 업데이트를 성실하게 매일 하나씩 하진 못했다. 9 to 6로 일하는 정규직이었기 때문에 퇴근 후 씻고 운동하고 책상에 앉으면 1~2시간 정도 여유시간이 있다. 데일리 스탬프라는 앱을 통해 상품 등록 기록을 보니 주에 2~3회 정도밖에 업로드를 못했다. 크게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운동 시간을 줄이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주 3회 이상은 반드시 운동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솔직히 매일 퇴근 후 쉬지도 못하고 일하는 상황이 힘들어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보거나 친구와 함께 밥 먹고 노는 날도 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오만했다. 유통 구조를 알고 있었고 아웃바운드 영업과 도매 사장님들을 상대하며 깡다구도 생겼고 데이터 접근성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쇼핑을 다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로직 구조에 대해서는 다시 공부를 해야 했고 여전히 키워드는 어렵다. 우선 매출이 결과를 말해주었기에, 아무리 투잡이라고는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주문이 들어올까 말까 하는 상황이 약간은 위축되었다.
셀러오션이라고 각종 온라인 판매자들이 모여 있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가끔 여기에 올려주시는 매출 인증글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의류가 아니라서 그럴 거야, 합리화도 했다가 부러워도 했다. 사입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매출 때문에 속앓이 할 틈도 없이 새벽 3~4시에 잠들고 9시까지 출근하는 상황을 쳐내기 바빴다. 9월에 접어들며 구색이 조금씩 갖춰져 갔고, 일주일에 한 번 주문 들어올까 말까 하던 것이 3~4일에 한 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이번 달에도 지지부진했다면 조금은 우울했을 것 같다.
갑자기 어떤 상품이 빵 터져서 미친 듯이 주문이 들어왔다...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였으면 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투잡이니 성장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분도 많은데 이 정도 시간 투자에 이 정도 결과라니.
지금은 투자하고 사입하는 비용이 많아 순수익은 없지만 끝까지 초심 잃지 않고 내가 추구하는 마켓 이미지 잃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보다는 내가 이 치열한 의류시장에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발전하려고 굳게 다짐해본다. 돈 욕심이 워낙 많아서 스스로 세뇌시켜야 한다. 주기적으로 내 스토어의 이미지와는 관련 없지만 '잘 팔리는' 상품에 시선이 끌릴 때가 있다. 이걸 억제하려고 노력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어떤 상품과 어떤 이미지가 좋아 보이는지 구별할 줄 안다는 거다. 또 그간의 판매 현황을 보면 한 개 상품만 나가지 않고 고루고루 팔린다는 점, 1개 구매 고객보다 2,3개씩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는 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한 상품이 엄청 많이 팔리지 않고서야 한 상품만 팔렸다면 그만큼 내가 상품 보는 눈이 잘못되었다고 여겼을 듯하다. 자영업은 평가시스템이 없으니 주기적으로 셀프칭찬해야 한다. 언젠가는 나에게 싸가지없게 굴었던 도매 거래처에 복수하는 그날까지 가늘고 길게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