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ina Oct 02. 2020

온라인 쇼핑몰, 지금 하는 일 그만두고 해야 할까?

이 질문을 미친 듯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위탁도 아니고 사입 위주인 데다 유독 손이 많이 가는 의류였기에, 하는 일을 그만두며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결론은? 둘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만 한다면 병행하라는 게 나의 답이다. 그만두고 온전히 이 일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던 내가 어쩌다 손바닥 뒤집듯 생각이 바뀌게 되었을까?



우선 당시에 나는 호텔업에 3년 정도, 유통업에 6개월 정도 몸담고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둬야 된다는 교훈을 얻었던 나는 지금 회사도 얼른 그만둬야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회사 정책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탓도 있었지만 동대문 시장을 주기적으로 가면서 출근까지 하기엔 버티기 어려워 보였다. 모아둔 돈도 어느 정도 있었고 자취하는 게 아니라 당장 의식주에 타격을 입지도 않았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려고 하니,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짓눌렀다. 사주도 보고 지인들에게 상담도 해봤지만 내가 이걸 해서 잘 될지 안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무엇보다 회사에 정신없다는 핑계로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택배 계약은 어떻게 하는지, 어떤 광고를 해야 상위 노출이 되는지, 어떤 도매 거래처가 나랑 맞는지, 유통 채널은 어디로 먼저 시작해볼 것인지, 내 스토어 색깔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등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잘 안됐을 때 가족들의 핍박과 구박에 의연할 자신이 없었다. (이게 제일 컸다.) 결국엔 순수익 50만 원이 날 때 직장을 그만두기로 목표를 세웠다.


참 다행인 게 내가 퇴사하겠다고 했을 때 붙잡아주었고, 내가 한 번 그만두겠다 했음에도 눈치 주지 않았고 (오히려 그만둘까 봐 더 잘해줬다.) 회사의 상황도 나아졌다. 다시 다니기로 한 거, 6개월은 더 다녀 유통업에서 1년은 꼭 채우고 그만두기로 했다. 다 망하고 아무것도 없을 때 유통 관련 소기업에라도 재취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1년 반이 훌쩍 넘었다.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보다 돈 나갈 일이 많았다. 아니, 돈 나가는 것 자체보다 내가 이렇게 돈 쓰는 거에 불편해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도 늘 일정 금액만 썼던 게 습관이 되었는지, 장사 비용은 따로 마련해두었음에도 쓸 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장사를 할 거면 투자에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데 매번 쓸 때마다 불편하다. 이런 내 성향은 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다. 수입 없이 매달 돈만 썼으면 극도로 불안해했을 것 같다. 요즘에도 종종 밤이 되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지인 중에 8개월 정도 운영했던 액세서리 쇼핑몰이 망한 뒤 MD로 취업준비하던 분이 있었다. 한창 나도 유통업으로 이직하려고 했을 때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분은 취업 준비가 처음이었는데 탈락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때마침 지인으로부터 동업하자는 제안이 있다며 취업 준비를 그만두었다. 그분이 사진을 기똥차게 잘 찍었는데 몇 년 뒤 보니 웨딩 스튜디오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경험이 많은 분도 투잡을 하는 모습을 보며 초반에 쇼핑몰 전업으로 하기엔 어렵다고 느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면 좋다.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단 시작부터 하고 부딪히는 중이지만. 우선 블로그를 운영하든,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늘리던, 마케팅 채널이 있으면 좋다. 본인이 안목이 있고 재능이 있으면 사람들이 팔아달라고 할 거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팔로워가 10만 명은 있어야 장사를 시작하기 좋은 듯하다. 소비자는 냉정해서 1만, 5만 명 정도로는 기대 이상의 수익화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얼마나 진짜 고객이 모이냐에 따라 다르긴 하다.) 스토어 오픈 전에 모든 과정을 미리 조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유튜브에 스마트스토어 검색만 해도 온갖 강의가 쏟아진다. 그것만 매일 30분씩 보면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힐 거다. 분명한 건 움직이지 않으면 머릿속에 고민만 잔뜩 늘어난다는 거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장사를 하려고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것이다. 아무도 사지 않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을 지속하려면 나만의 고집과 꼿꼿한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어떤 카테고리든 다 초포화 시장이다. 우리나라에 경쟁 없는 장사 영역이 있을까? 경쟁이 없다면 수요가 없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내가 어떤 가치를 주고 싶은지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중간중간 방향을 잃고 휘청거릴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