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작품을 감상한 뒤 읽어주세요.
머니게임을 처음 봤을 때 작화에서 풍기는 분위기에서 직감하듯 스릴 넘치는 방탈출 컨셉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읽을수록 다양한 정치적 관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그걸 뛰어넘어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의문이 생겼다.
머니게임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돈이 절박한 참가자 8명이 모여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참가하면서 발생하는 일을 그린다. 정해진 장소에서 100일 간 생활하면 총 상금 448억을 8명이 나눠가진다. 8시간 동안 지정된 룸에서 생활하며, 원하는 물건은 특정 장치를 통해 매일 구매할 수 있다. 단, 가격은 시중 가격의 1,000배가 책정된다. 예를 들어 1천 원짜리 삼각김밥은 이곳에서 100만 원인 셈. 8명이 100일 간 소비한 뒤 남은 금액을 1/N로 배분하게 된다. 주인공은 코인으로 빚을 져 게임에 참여한다. 언뜻 보기에 단순해 보였던 이 게임은 지정된 공간을 들어서는 순간 화장실도 물도 빛도 없는, 사회의 인프라와 법규 등 모든 것이 배제된 암흑의 공간임을 깨닫는다. 순식간에 짐승과도 같은 서열이 정해졌고 민주주의부터 사회주의, 철인정치 그리고 유토피아까지 다양한 정치 형태가 형성됐다.
어떤 형태도 완벽한 제도는 없었다. 모든 제도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따른 부작용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적당히 이기적이고 도덕적이며 때론 죄책감을 갖고 있었던 주인공의 독백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과연 동일한 상황에 놓일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끊임없이 질문하게 했다. 단순한 방탈출 게임 같은 기괴하거나 억지스럽고 때론 과하게 잔인한 설정은 없었기 때문에 나의 작은 사회를 비롯해 국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법칙'들이 나에게 어떻게 적용되며 그 속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남에게 베풀거나 감정을 교류하는 일련의 활동들은 사회 제도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향유할 수 있었던 걸까?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소비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인간은 과연 선할 수 없는 존재인 걸까? 민주주의에서 사회주의, 철인정치로 넘어갈 때 일순간은 유토피아처럼 보였다. 아니, 유토피아까진 아니어도 최선의 선택 같아 보였다. 그러나 그런 독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어떤 것도 완벽한 제도는 없었다. 과연 나는 동일한 상황이 주어질 때 유혹을 뿌리치고 1천만 원만 들고 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을까?-게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1천만 원의 교통비를 들고나가면 됐다.- 과연 나는 사람을 '죽인다'는 생각을 한 순간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각 정치 제도를 표방했던, 일 순간 리더였던 사람들의 한계점을 지적하기엔 과연 나는 모두가 납득하고 부작용도 발생시키지 않을 완벽한 법칙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싶다. 모든 법칙에 반드시 한계가 있다면 그 한계점을 가진 제도 안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각자 나름의 반전을 가진 사연들을 세련되게 풀어나가는 과정도 좋았다.
3년 전의. 그 100일을 거쳐오며 내가 배운건 희망과 착각을 격리하는 방법. 불로소득, 일확천금, 인생역전. 따위에 대한 희망. 아니 착각을 버리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게임. 재참가의 기회. 더 많은 상금. 따위의 헛된 망상은 애초에 접었다.
무언가 통달한 듯 현실적인 마무리를 짓는 것 같아 보였으나 "We Invite, YOU (처음 머니게임을 초대했을 때의 멘트)"라는 문구로 결국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마무리된다.
늘 복권을 사는 사람들을 내심 비웃었다. 나는 적어도 그런 확률에 기대하는 나태한 사람은 아니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95%는 망한다는 쇼핑몰을 하고 있는 나는? 망할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고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 일확천금 따위에 대한 희망이 단 1%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나? 오로지 사람들에게 나만의 가치를 주기 위한 마음뿐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엔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머니게임의 띠에 벗어나지 못한 인간은 아닐지? 인간이 가진 한계점을 이렇게 재밌고 알기 쉽게 표현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