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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Oct 10. 2020

일제강점기를 다룬 웹툰 [고래별], [경성야상곡]

두 개의 웹툰에 공통점이 있다면 예쁜 그림체와 더불어 연출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두 작품 다 퀄리티가 상당해서 일제강점기에 관련한 재미있는 웹툰을 찾는다면 이 두 개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경성야상곡]은 종이 재질이 나는 듯한 질감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 예스러운 느낌이 들면서도 다양한 색감과 장신구로 화려함이 돋보인다. 반면 [고래별]은 노을빛이 감돌아 따뜻하고 어딘지 모르게 슬프고 절절한 느낌이 든다.


경성야상곡의 화려하고 빈티지한 색감



고래별의 노을진 색감


줄거리는 판이하게 다르다. [경성야상곡]은 도플갱어처럼 똑같이 생긴 조선인 희와 친일파의 딸 마유미의 삶이 뒤바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가난과 일본인의 차별에 결핍을 느끼며 살아온 희는 언젠가 고기반찬에 쌀밥 먹으며 호강하고 살겠다고 굳게 다짐한다. 반면 마유미는 아버지의 친일 행동에 대해 속으로 크게 반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촌에 신을 팔러 간 희는 같이 팔던 아버지 몰래 구경하다 마차에 치이게 되고 눈을 떠보니 병원에서 자신이랑 똑같은 여자아이(마유미)를 만나게 된다. 평소 조선인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마유미는 병실에서 그녀와 신분을 바꿔치기하고 도망간다.


[고래별]에서는 친일파 대지주의 집에서 몸종으로 일하는 수아가 해변가에 부상을 입은 채 쓰러져있는 독립운동가 의현을 만나게 되며 시작하는 이야기다.  지극정성으로 돌봐 의현은 몸이 거의 회복돼 떠나게 되고, 그 후 수아는 우연히 의현과 따로 움직였던 해수의 독립 운동에 관한 기밀을 듣게 된다. 해수는 수아에게 조달을 먹였고 수아는 죽을 고비를 넘긴 대신 목소리를 잃게 된다. 마치 인어공주처럼... 첫 화부터 수아의 삶을 인어공주에 비교해 전개한다. 이야기의 끝자락에는 인어공주 일러스트와 함께 짧은 제목이 있는데, 전개 내용과 묘하게 맞물려서 보는 재미가 있다. 일러스트가 예쁜 건 더할 나위 없고.


수아가 목소리를 잃던 에피소드에서 인어공주가 목소리와 두 다리를 맞바꾸는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경성야상곡]은 보다 감정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거지새끼'라는 말을 들으며 이유 없는 폭행을 두 눈으로 봤던 희는 '독립운동'이라는 이념보다는 그저 생존하는 것에 목숨 걸 수밖에 없었다. 합리화해서는 안될 문제이지만 어떤 교육도 없이 살아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그 당시의 삶에 어떤 독자는 아래와 같은 생각을 남기기도 했다. 모순된 희와 영(마유미의 조선 이름)을 대비하며 보여주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게 된다. 과연 희는 몰락하게 될지, 영이와 함께 독립운동을 꿈꾸게 될지, 오히려 친일파가 되어 끝까지 살아남게 될지 매 화 궁금해진다.



[고래별]은 수아가 중심인물이긴 하나 '고래 별(독립운동 아지트와 같은 곳)' 사람들의 독립운동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수아와 의현 사이의 미묘한 감정도 다룬다. 처음엔 주인공을 해친 해수를 미워하지만, 각 캐릭터들마다 결국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픈 피해자란 사실을 깨닫고 나면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모두가 줘서는 안 될 상처를 주며 독립운동을 해나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조망한다. 과연 고래별 단원들은 어떤 식으로 독립운동을 해나가게 될지, 수아는 인어공주의 이야기처럼 의현을 짝사랑하고 희생만 하다 끝나게 될 것인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인어공주 자체가 슬픈 스토리라 [고래별] 역시도 새드 엔딩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새드 엔딩이면 더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전개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재미있고 연출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우리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어 추천하는 웹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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