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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Aug 25. 2020

궁금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세 가지 장소

사이비, 다단계, 고급성매매업소

사이비, 다단계, 고급 성매매업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주변에 익히 들어봤고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하지만(혹은 존재했고)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이다. 궁금하지만 자세히 알기는 어려운 그런 곳들. 이 장소를 소재로 한 재밌고 독특한 세 개의 웹툰이 있다. 세 가지 모두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개된다.


<세상 밖으로>

<던전 오브 다단계>

<나의 밤은 당신의 낯보다 아름답다(19금)>




1. <세상 밖으로> 스릴러, 조금산 작가

인상은 험악한 양아치들 같지만 현실에 없는 마음 따뜻한 오지라퍼 캐릭터들.


사이비 종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여학생(상미)의 도와달란 작은 속삭임을 우연찮게 듣게 된 남학생들의 이야기. 상미의 아버지는 사이비 종교에 미쳐서 자신의 딸을 목사님께 세례(라고 부르고 성관계라 읽는다.)를 통해 몸을 씻어내는 의식을 치르라고 한다. 미성년자 상미는 강하게 저항하고 아버지에게 정신 차리라고 호소하지만 완강한 믿음으로 뭉친 아버지로 인해 종교단체 안에서 무기력하게 있게 된다. 우연한 남학생들의 접촉으로 구출을 받게 되는 이야기.


어딘가 개그만화 같은 어설픈 그림체와 개성 있는 작화는 오히려 이 작품을 더욱 특색 있게 만든다. 내용이 길거나 호흡이 가팔라 숨 막히는 전개가 없음에도 인물들의 기묘한 표정, 동직 하나하나를 클로즈업해 보여줌으로써 미묘한 긴장감을 준다. 스릴러 장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찝찝함, 미세한 감정 변화를 적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빠른 전개 없이도 다음 화를 궁금하게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결론은 너무 재밌어서 하루 만에 완결까지 볼 수 있다.


결말마저 지극히 현실적이라서 우리나라의 사이비 단체의 어두운 단면을 깨우치게 해 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사이비 종교가 많은 편이라고 하는데, 예전에 한 기사에서 무당에게 빠진 엄마가 자신의 딸에게 이상한 의식을 치르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기사를 봤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들이 신도들을 성추행하는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해 준다. 무엇보다 슬픈 점은 이 교주들이 '종교의 자유'에 편승해 각종 범죄를 치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 하나로 인해 사람들이 마음에 묻어뒀던 문제점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힘은 대단한 것 같다.


이 만화는 작가가 어릴 적 세 번이나 출판사에 제출했지만 끝내 떨어지고 다음 웹툰에서 빛을 발해 OCN 드라마 <구해줘>로 탄생되었다. 작가가 중간에 이 작품을 포기했더라면 이렇게 많은 독자들이 이 세계에 대해 마음으로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2. <던전 오브 다단계>, 지식, 서자희가&데몬제이


앞서 말한 <세상 밖으로>와는 전혀 다른 온도의 <던전 오브 다단계>를 소개한다. 이 웹툰은 그림체에서 볼 수 있듯 다마고치 게임을 하는 듯한 캐릭터와 효과음, BGM으로 자칫 딱딱할 수 있는 다단계에 대한 정보전달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나는 인상 때문인지 살면서 다양한 사이비, 다단계 단체들이 숱하게 말을 걸었다. 특히 최근에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다단계 사람에게 영업당할 뻔했는데, 아찔한 마음으로 구글에 검색해서 면밀히 알아보다가 이 웹툰을 발견하게 되었다. 멀쩡하게 생긴(지금 생각해보면 어딘가 이상한) 30대 남자가 이미지가 좋다며 뷰티 제품 받아서 사용해보고 일주일에 10~20만 원 정도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뷰티 모델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명함을 받고 얼떨결에 번호도 주게 됐다. 그런데 지인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이상하다며 다단계 아니냐고 해서 깨닫게 된 것. 욕심이 많으면 사기당하기 쉽다고 큰일 날 뻔했다.


이 웹툰을 보고 난 뒤 인스타그램 댓글에 '뷰티 크리에이터입니다. 잠시 소통 가능하실까요?'류의 사람들이 높은 확률로 다단계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우선 외모가 애매하고(절대 예쁘거나 잘생기지 않고 오히려 너드 느낌이 나는데 굉장히 열심히 꾸미고 관리해서 중간 정도 되는 느낌), 댓글 달린 지인들도 다 비슷한 제품이 좋다고 찬양하고, 그런데 나는 그 제품을 처음 보고, 뷰티 크리에이터라고 하지만 흔히 볼법한 유명한 화장품 발색 리뷰보다는 #성공 #자기계발 #도전 #1인CEO 따위의 해쉬태그와 함께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쫓아오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요즘에는 SNS를 통해, 만남 어플을 통해 접점이 없는 사람과의 소통이 쉬워졌다. 당하기 더 쉬운 환경이니 이 웹툰을 보며 다단계의 기본적인 수법에 대해 알면 좋지 않을까. 많은 댓글에서 증명하듯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3.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성인, 한동우/윤인환/병수씨 글 그림


서울에서 최고의 호스티스가 된 여자의 이야기. 친언니의 우연한 죽음을 파헤치고 복수를 위해 화류계 여자로 살아가게 되는 여자 설희에 관한 이야기다. 노래방 도우미를 넘어선 상위 0.1%의 학벌도 외모도 수준급인 성매매 여성들만 있는 곳 텐프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창녀는 창녀일 뿐이라고 못 박던 주인공이 어쩌다가 이 길에 발을 디뎠는지 이야기가 전개된다. 암암리에 있다고만 전해 듣는 텐프로, 쩜오 등의 성매매업소들에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다.


많은 댓글에서 화류계 미화 웹툰이라고 날 선 비난을 일삼았지만 박정희 시대 '정인숙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 반영된 이야기를 위해 실제 해당 일 경험자를 인터뷰했었다고 한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웹툰에 묘사된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치욕스러운 일들을 많이 겪어야 한다고 한다. 생각보다 멀쩡하고 평범한 대학생들, 이런 일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능력과 외모 출중한 사람들도 급전이 필요해 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디디면 품위 유지비가 많이 들어 생각보다 돈이 모이질 않고 쉽게 돈을 벌어 봤기 때문에 절대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게 된다. 걔 중에 정신 차리고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이 그림작가 역시 많은 19금 웹툰을 그려내서 인물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작품의 몰입도를 더해준다. 19금 만화를 그리는 게 생각보다 어려운데, 각도별로 다양한 팔다리의 움직임을 살아있게 그려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있어야 된다. 상류층의 가식적이고 지저분한 사생활과 끝내는 파국으로 치닫는 화류계 삶에 대해 비판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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