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움은 안되는 한국어 단어장 1 ]
남의 좋은 일이나 물건을 보고 자기도 그런 일을 이루거나 그런 물건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있다.
한국어를 배운지 1년도 안 되었을 무렵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한국인학교를 다녔기에 같은 반에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일본어를 못 했고 나는 한국어를 못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인생 처음으로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한국인에게 나는 관심만 너무 앞섰다.
첫 등교 날에는 그 친구가 나에게 혹시 물 있냐고 물었지만
나는 물이라는 단어조차 몰랐고 그 친구도 みず(미즈=물) 라는 말을 몰랐다.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모르기에 가까이할수록 어려움이 돋보이는 것 같았다.
그런 우리 사이에는 어쩌면 신비로움이 있고 어쩌면 답답함이 가득했다.
다른 친구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그 친구에게 다가가고 싶었기에 관심을 보여주기 바빴다.
간단한 문장과 번역기를 써가며 열심히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부럽다는 말과 부끄럽다는 말을 헷갈려서 자랑거리를 말해주고 있는 친구에게
나는 뜬금없이 너무 부끄럽다고 웃으며 말을 해버렸다.
친구는 자랑거리를 말한 건데 이걸 왜 부끄러워하지? 하는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평소에 이 두 단어가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을 했었고 무엇보다 친구의 표정을 보니
내가 잘못 말했다는 것은 바로 알아챌 수가 있었다.
다행히도 부럽다는 옳은 표현이 바로 머리에 떠올라 부끄럽다가 아니라 부럽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다고 정정하고 친구의 심각한 표정은 풀렸다.
시간 지나고 나니 이게 반대로 헷갈린 게 아니라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말이 나와야 할 때 부럽다고 하면 큰 오해가 생겼었을 것 같아서.
부럽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지금 봐도 비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