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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대표지수 일까요?

내 계좌는 매번 파란불인데 왜 코스피는 오를까요?

한국 주식포트폴리오의 벤치마크인 코스피


8월은 무더웠던 날씨 만큼이나 개인투자자들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주담으로 가득찼던 카톡 채팅방은 어느새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조용합니다. 브렉시트 때보다도 분위기가 안좋습니다. 잡주 유동성 공급에 여념이 없는 제 친구는 ‘맨정신으로 살기 힘든 각’ 이라고 하네요. 중소형주 중심인 펀드들은 말그대로 개박살이 났습니다. 최근에 뉴스에서 개인이 빚내서 주식하는 금액이 사상최대라고 하더니만, 신기하게도 왜 이런 뉴스 다음에는 항상 주식시장이 암울한 걸까요?


반면 사람들이 매일 바라보는 코스피의 8월 수익률은 +0.89% 입니다. 반면, 동기간의 코스닥 수익률은 -6.79% 입니다. 마치 코스닥에 비해서 거래소가 믿음직하게 시장을 방어했다고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거래소 종목에 투자한 친구 박모씨는 “왜 지수는 안빠지는데 내 종목만 곤두박질이니?” 란 말을 여러번 하더군요. 과연 8월 코스피(거래소) 시장은 분위기가 괜찮았던 걸까요?  


8월의 거래소 시장을 숫자로 알아보도록 하죠. 전체 종목에서 코스닥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 종목 741개 중에서 하락한 종목은 496개(67%), 5%이상 하락한 종목은 327개(30%), 10% 이상 하락한 종목은 160개(15%), 20% 이상 하락한 종목은 25개(2.26%), 반토막 이상 하락한 종목은 10개가 있었습니다. 전체 종목의 8월 수익률 평균은 -2.17% 입니다. 만약 8월 초에 코스피 741개 중에서 제비뽑기로 한 종목에 투자했다면 손실을 복 확률이 67% 였고 기대값이 -2.17% 라는 뜻입니다.


열 종목중에서 일곱 종목이 하락한 잔인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지수는 왜 오른 걸까요? 그 이유는 코스피 지수가 큰 종목을 그 만큼 더 많이 담는 지수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 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 삼성전자 밸류체인 전후의 종목(삼성전자와 같이 움직이는)을 합치면 20%가 넘습니다. 또한 국내 상장 종목중 가장 큰 종목 30개를 합치면 전체 시장의 50%가 됩니다. 여기서 재벌 기업집단을 고려하면 가장 큰 30개로 설명되는 시장의 비중은 50%를 훌쩍 넘게 되는데, 이는 해외 어떤 주식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내 주식시장의 특징입니다. 이들 30개 종목의 8월 수익률 평균이 +1.66% 이었습니다. 지수는 이런 이유, 즉 개수로 따지면 5%도 안되는 소수의 대형주의 수익률이 좋았기 때문에 상승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실제 주식투자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누가 뭐라해도 코스피는 한국의 대표지수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의미가 단면적인 자본의 크기는 전부가 아닐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수의 역할은 시장을 보는 신호등 입니다. 도로의 신호등이 자동차, 차로, 시간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라/멈춰라 라는 이분법적인 결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는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지수 역시 우리가 모든 종목에 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기계가 아니기에, 시장의 전체적인 모습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 투자자는 현재 내가 노출되어 있는 시장이 어떤 모습인가에 대해서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코스피 지수는 건너편 차선에서 돌진하는 차들을 무시하고 자회전 신호를 띄우고 있네요. 이런 관점에서 코스피 지수가 개인투자자에게 제대로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아무쪼록 제가 생각한 8월 시장은 ‘코스피 지수의 시장 분위기 왜곡’ 이었습니다. 대안 없는 비난은 무책임하지만 적어도 개인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인덱스보다 국내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대표’ 인덱스가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대표인덱스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유용한 것 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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