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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성이 만드는 성장

by 동민



매일 아침 똑같은 알람 소리가 울리고, 같은 길을 걸어 출근하고, 비슷한 업무를 반복한다. 우리의 일상은 마치 정교한 기계처럼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미묘한 불편함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지루함, 똑같은 하루가 계속되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작은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우리와 달리 기계는 지루함을 모른다. 주어진 작업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인다. 완벽한 루틴을 가진 존재. 그래서 많은 이들이 기계의 효율성을 부러워한다. 지루함도 없고, 감정적 피로 없이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다니. 그야말로 이상적인 직장인처럼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그런 삶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방향일까?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생활이 편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곧 삶의 의미를 더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계절마다 다른 하늘을 본다. 늘 마시던 커피도 어느 날은 특별하게 느껴지고, 익숙한 장소에서도 새로운 발견을 한다. 루틴이 주는 안정감 속에서 작은 변화를 찾아내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찾아내며, 그것을 가장 효율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본질이다.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주어진 틀 안에서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 움직인다. 마치 영원히 멈추지 않는 시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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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인간은 단조로움을 깨려 한다. 평소와 다른 길을 걸으며 주변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새로운 카페를 가거나 유명한 음식점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려 한다. 이런 작은 변화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가져다준다.


지루함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누군가는 새로운 취미를 찾아 나서고, 음악을 배우거나 운동을 시작하며 삶의 활력을 되찾으려 한다. 같은 문제를 반복하다 지친 이는 더 나은 해결책을 고민하며, 기존의 방식을 바꿔보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지루함 속에서 벗어나려는 이 작은 변화들이 결국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발명품과 예술 작품들은 이런 지루함 속에서 탄생한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은 반복 학습으로 정교해지지만, 인간은 실수와 시행착오 속에서 성장한다. 완벽한 반복보다는 불완전한 도전이, 안정된 루틴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반복적인 수많은 일들을 대신한다. 챗봇이 응대하고, 자동화 시스템이 공정을 관리하고, 인공지능 비서가 업무를 보조한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루틴이 과연 우리를 진정 자유롭게 할까? 아니면 오히려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지는 않을까?


지루함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변화를 꿈꾸게 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게 만든다. 완벽한 루틴 속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순간들이 지루함이라는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루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조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일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지루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지루함이 없는 완벽한 삶을 꿈꾸기보다, 지루함조차 특별한 의미로 채워가는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 그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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