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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Oct 01.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13

In Sark



큰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직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에서 깼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 탁한 무언가가 급격히 밀려나가며 생각 회로가 활성화되는 과정이 너무도 선명히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늘 그렇듯 몸은 조금 더 게을러지자고 나를 설득해왔지만, 이미 깨어난 머리는 그런 몸을 나무라듯이 침대에서 몸을 뒤집어 일어나라고 명령했다.



"끄으으."



잠에서 깨고 일어나는 순간을 평생 겪고 있지만 아무래도 적응이 잘 안 되는 거 같았다.


때로는 너무 개운했고,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천근만근이 된 상태로,

그리고 오늘은 몸과 머리의 컨디션이 달라 그저 힘들 뿐이었다.


냉장고까지 힘겹게 걸어가 시원한 냉수를 마시며 몸에 남은 잠 기운을 몰아냈다.



오늘은 뭘 할까.

어디를 가볼까?



바람 쐬러 나가고 싶은 오늘.

잠시 서울을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씻으면서 머릿속에 지도를 떠올렸다.


북쪽으로는 파주와 일산이 있다.

동쪽으로는 남양주와 북한강이,

서쪽으로는 인천과 강화도가 있다.

남쪽은...... 잘 모르겠다.



북쪽은 너무 자주 다녔으니 조금은 새로운 곳이 가보고 싶었다.


서쪽은 별거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은 곳이다.


동쪽은 바람 쐬기에 좋은 장소가 여럿 있었다.


문제는 혼자 식사할만한 식당 찾기가 힘들다는 것, 그리고 집에서 거의 두 시간이나 걸린다는 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벌써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정을 못 내리고 조금 더 지체하면 서울 근교 나들이는 어려워지니 빨리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해졌다.


그냥 적당한 곳을 선택해 출발하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은지 모르겠다.


주말은 몇 번이고 다시 올 테고 지금 떠올려본 곳들을 한 번씩 다 가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지만 이상하게 선택이 쉽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와 의견을 맞출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인가?


생각해보니 지금 떠올렸던 장소들은 모두 둘일 때 다녔던 곳이었다.


밀리는 차들 사이에 섞여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있던 곳.

같이 밥 먹고, 같이 얘기 하고, 같이 걸었던 곳.


그때가 추억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가자니 심심함이 밀려드는 기분이었다.


차로 움직이는 시간 동안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고,

도착해 혼자 경치를 감상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기까지.


아마도 나는 한마디 입을 열지 않을게 분명했다.


괜히 오가면서 낭비할 시간과 에너지에 밤새 이불 킥을 날릴 것만 같았다.


역시 혼자는 너무도 심심한 나들이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외로움과 이제 작별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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