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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Oct 02.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14

행복하기 좋은 날



하얗고 파란 하늘색이 서로 경쟁하듯

색깔을 뽐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기분을 달래듯 맑고 청명하게 빛 내리던 가을 햇살은

수없이 많은 조각구름들 사이로

연인의 고백에 수줍어하듯 모습을 감춘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들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을 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흐린 날이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너무도 완벽한 날씨다.


따사로운 햇살이 사라진 길을 따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부딪힐 때면

마음속을 간질거리는 설렘이 느껴진다.


이 거리를 너와 함께 손잡고 걸을 수 있을까.


삼삼오오 모여 앉은 카페 속 사람들 사이에 섞여

우리만의 이야기를 나누며

눈을 마주할 수 있을까.


같이 걷고 먹고 수다 떨며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을까.


공원 벤치에 앉아 간식을 나눠먹고

지나가는 강아지의 장난을 보며 같이 웃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 잠들며 미소 지을 수 있을까.



하나 둘 어둡게 변해가는 하얀 구름들은

그저 심통난 연인의 얼굴처럼 비추어진다.


이내 쏟아져 내리는 빗방울은

아팠던 마음속 상처를 씻어주는 것처럼

청량하게 느껴진다.


작은 우산을 같이 쓰고 집으로 뛰어가는

아직은 만나지 않은 우리 둘의 뒷모습을 보며

소소한 행복을 느껴본다.



흐린 날 하루의 끝에는

구름 위로 노을색 하늘 빛의 축제가 펼쳐진다.


언젠가 우리가 노을 아래 마주 앉아

너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위로하며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오늘, 행복하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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