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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Oct 06. 2022

밤에 듣는 이야기 #16

오늘 하루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차분히 내려앉은 공기가 나를 반긴다.


현관에서 한 발만큼 안으로 들어가면

나를 위로하려는 듯 몸을 감싸 안는다.


무감한 눈빛과 지친 몸짓으로 걸음을 재촉해 방으로 들어가면, 그런 내 모습에 서운했는지 시나브로 사라져 간다.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본다.


나는 오늘 무얼 했나.

나는 내일 무얼 할까.


그저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다. 이렇게 누워있으면 가만히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고 싶을 뿐이다.


배고픔도 잊고 의욕도 잊은 채

깊은 잠에 빠져들어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 않다.



이러면 안 되지.

마음을 다잡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옮기며 공원을 향해 걷는다.


기분을 바꿔보려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척해보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은 속일 수 없다.


달린다.

쉬지 않고 달린다.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지만 무심한 척 달린다.


스쳐가는 사람들, 애완견들을 마주치면 눈으로 인사를 건네본다.


부럽다.

이 순간이 즐거운 듯한 표정들이 너무 부럽다.


그렇게 달려 다시 돌아온 집에는 나를 반기던 그 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등 뒤에서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쓸쓸하게 들려온다.


오늘 하루는 난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내일 하루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이유가 될만한 건 너무도 많지만

그 가운데서 하나를 고를 수가 없다.


그렇게 버텨온 하루의 끝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본다.


괜찮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야.

힘내자.


잠에 빠져들 때 즈음,

차분한 공기가 나를 어루만지듯 따스히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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